의료파업 단상
의료파업 단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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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까지 확대하는 정책에 대해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로 인한 현장 이탈, 소송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하다. 

한국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한국민에게 치하의 박수를 받을만하다. 코로나 팬데믹뿐만 아니라 나라가 어려울 때 항상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으로 묵묵히 솔선수범했던 우리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임 있고 양심 있는 의사들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믿음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의대 정원의 문제가 야기된 시발점은 교육 현장인 대학교이다. 몇 년 전부터 전국 대학의 순위가 대학보다 의대가 우선으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의대부터 차례로 정원이 채워지고 그 다음에 대학교라는 기이한 입시 지원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서울대학교가 서울고시원으로 불린 적이 있다. 전공에 관계없이 많은 서울대생들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만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공무원들의 처우가 낮아지면서 행정고시 인기가 떨어지더니 쓰리 키(Three Key, 집, 자동차, 사무실 키)를 준다는 삼사(三士, 변호사, 박사, 의사) 중 남은 건 의사, 지원할 건 의대뿐이라는 생각이 대학가와 입시생, 학부모 사이에 오랫동안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이다. 의대 집중의 과열 현상은 대학 당국의 꼽는 문제 중 하나였고 제시되는 당연한 해결책은 의대 증원이다. 

의료파업의 숨은 원인 중 하나를 원격진료 실행을 미루기 위한 방편으로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의료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역의 소외이다. 아침 일찍 서울의 병원을 향하는 전국의 버스가 정기적으로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농어촌 사정이 더 어렵다. 

최근 필자가 지방에 갔을 때 같이 갔던 동료가 배가 아픈 적이 있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약국을 못 찾고 병원, 의원을 찾아 차로 30여 분간 헤맨 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제안되고 있는 원격진료는 우선 농어촌 대상이다. 마을회관 등에 의료장비를 두면 원격진료로 진단이 가능하고 이는 검사와 치료에 있어 분산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 도시에서는 각 가정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 서비스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원격진료의 도입이 그간 의사들의 권위와 이익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 역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다.

치료에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진단에 따라 약 처방, 검사와 치료 등의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의 오진율은 무려 11%에 이른다. 1년간 미국 인구 1만명 당 23명, 우리 전주시 인구 정도가 오진으로 인한 검사와 치료로 고생을 하거나 사망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오진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원격진료가 오진율을 낮출 수 있는가?’라는 면에서는 현재 AI 기술까지 들어와서 논란이 많다.

나무가 있어야 숲이 있다. 그러나 숲 없이 나무 혼자서만 잘 자랄 수도 없다. 각자의 영역에서 이해가 다를 때 우리는 나무와 숲을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파업의 속사정과 본질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의사들이 과거와 같이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의사들에게 숲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선서로 대체된 제네바 선언에 있다고 본다.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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