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유족들이 들려준 우리나라 근현대 비극"
"배우와 유족들이 들려준 우리나라 근현대 비극"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3.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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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다큐 창작극 '사난 살주' 초연
제주 초연 이후 서울과 광주 등 순회 공연

4‧3과 5‧18,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우리나라 근ㆍ현대 비극을 관통한 사람들 이야기가 배우와 유족들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주최로 초연된 다큐멘터리 연극 ‘사난 살주(연출 방은주)’이다.

이날 무대에 가장 먼저 오른 인물은 서귀포시 강정동에 사는 85세 고윤선 할머니 모습을 한 제주 배우 현애란씨였다. 

현씨의 제주어 연기로 펼쳐진 이번 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방은미 연출이 강정에 사는 실제 친구가 4‧3으로 외조부가 억울하게 사망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극 중 화자인 고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 간 아버지 고영일씨가 정방폭포에서 시체 더미 속에서 발견된 후 큰 오빠도 아버지처럼 경찰에 끌려가 실종되는 비극 속에서도 아이를 낳고 이들을 키워야 했기에 살아내야만 했던 어머니와 일찍이 생계에 뛰어 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 몰래 흘려온 자신의 눈물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인물은 광주에 사는 전호준씨를 연기한 배우 김호준씨였다. 

그는 광주 사투리로 5ㆍ18 시기 중에서도 5월 23∼24일 이틀 간 마을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생생하게 들려줬다. 

광주에서 화순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탄 18명의 시민이 계엄군과 맞딱드리며 총칼을 맞고 사망했고 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여고생에 의해 세상에 일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살아있다면 현재는 50대가 됐겠지만 계엄군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11살 어린 아들 전재수씨를 항아리에 묻은 부모가 계엄군으로부터 “시체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고 다시 아들의 시체를 꺼내 인력거로 가져가야 했던 사연을 서럽게 들려줬다.

이어 실제 유가족들이 무대에 올랐다.

제주 출신으로 안산에 이사 후 수학여행에 나섰다가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고(故)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의 머리카락은 새하얘져 있었다. 

그는 “정부의 생존자 명단에 딸이 있어 옷가지, 이불 등을 챙겨 갔지만 명단에 있다던 딸은 현장에 없었고 15일 간 안 자고 안 먹고 담배와 커피로 버텼다. 그러다 딸은 정부가 아닌 어부의 어망에 걸려 발견됐다”고 말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10년 간 모아둔 영상으로 다음 달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이 김환태 감독과 제가 공동 연출로 개봉한다. 제주에서도 개봉할 수 있게 관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로 삼십대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이기자씨는 “이태원 참사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았고, 그날 오후 6시30분 이후 10여 차례 이상 구출 요망 신고에 마치 출동해 현장을 처리한 것처럼 조작했고 참사가 발생한 뒤 1시간이 지나 경찰들이 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아들을 향한 편지를 통해 “진상규명을 끝까지 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달라”며 눈물 지었다.

한편 이번 연극은 제주 초연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오는 6월 중 서울과 광주 등 타 지역에서 순회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 녹화 영상물이 학교와 시민단체에 공유될 예정이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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