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을 올바르게 평가할 때
이승만을 올바르게 평가할 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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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지나간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재단함으로써 자기 정치세력 확대나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자가 나타나고 있다. 너무나 무모하고 안타깝고 황당한 일이다. 

1960년 3월 15일부터 일어난 국민 저항에 밀려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독재자를 불러들여 기념관을 짓겠다는 참으로 낡고 때 지난 생각을 하는 극단주의자, 시곗바늘을 1950년대 분단·반공·냉전시대로 되돌려 놓으려는 퇴행적 사고의 소유자, 반역사적·반민주적·반교육적 사고의 소유자, 독재자를 우상화하고 신격화하겠다고 덤벼드는 자여 부디 회개하고 반성할 지어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를 열 가지나 들고 있다.

첫째,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잘못했다. 그는 미국의 힘을 빌려 외교를 통한 독립을 꿈꾸었고 미국의 위임통치를 원했다. 

둘째, 그는 미국 교민들을 분열시켰다. 그는 단짝이었던 박용만과 갈라져 싸웠고 안창호와 서재필과 불화를 일삼으면서 하와이 교민사회를 갈라서게 만들었다. 

셋째, 그는 자신을 왕손이라고 의식해 오만방자했다.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미군정 사령관 하지 중장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할 정도였다. 

넷째, 그는 독립운동 자금을 유용했고 그런 탓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명함을 들고 다녔다. 

다섯째, 그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많은 이들이 원했던 친일 청산을 방해했다. 그는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1948년 제헌 국회에서 만든 특별 기구였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로 폐쇄시키는데 앞장섰다. 

여섯째, 이승만은 민족 분단을 조장했고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1950년 6월 25일 전쟁을 막지 못했고 끝내지도 못했다. 그는 1946년 ‘정읍 발언’으로 분단을 기정사실화시키고 남한 단독 선거와 단독 정부 수립을 많은 이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시켰다. 

일곱째, 이승만은 제주 4월 3일 사건, 국민보도연맹,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함양 민간인 학살, 대구 가창골 학살 등 6월 25일 전쟁 전후로 50만명 내지 100만명 민간인 학살의 최고 책임자이다. 그야말로 중대한 인권 침해인 민간인 학살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여덟째, 이승만은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김구 암살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1948년 5월 10일 한국 최초의 총선거에서 동대문구 출마를 준비하였던 정적 최능진의 후보 등록을 무효화시키고 1951년 대구 가창골에서 총살하는데 개입했다. 나아가 1958년 진보당 사건을 날조하여 조봉암을 사법 살인했다. 

아홉째, 이승만은 독재를 일삼았고 종신 집권을 기도했다. 그는 1952년 7월 4일 절차적으로 위법한 개헌인 이른바 발췌개헌, 1954년 11월 27일 역시 절차적으로 위법한 이른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강행하고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과 1958년 12월 24일 국가보안법 파동, 1959년 4월 30일 경향신문 폐간 등 헌법과 법률을 권력 연장의 도구로 삼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폭정으로 치달았다. 

열 번째, 부패, 비리, 무능한 정부.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는 대단히 무능했고 부패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경제학자가 지적한 10대 반대 이유만 놓고 보더라도 12년 독재자의 기념시설을 짓겠다는 발상은 매우 불순하고 불량하며 비생산적이다. 

특히 1947년 3월 1일부터 7년 7개월 동안 제주섬에서 일어났던 대학살 광풍의 책임자야말로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저지른 거악의 전모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그를 몰아낸 1960년 3월 15일 마산지역 민주·민족·민중의거를 되새기는 기념의 시간에 민주시민의 해야 할 도리이다. 

왜냐하면 그가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과오와 실책은 너무나 크고 깊고 넓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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