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으로 가는 정치
망국으로 가는 정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13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는 혼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념도 없고, 체계도 없으며, 논리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모든 정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인데, 정치인은 국민에 의해 위임된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수도 있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공공의 안녕, 질서,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개인적인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한 폐해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이 사적인 것을 앞세우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거나 사죄하지 않으면서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일반 국민 또한 영향을 받는다. 나라의 지도자도 저렇게 하는데 나 정도야 어떤 일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면서 사회 질서는 무너지고 나라의 근본까지 흔들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정치인은 공인이면서 매우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니만큼 오직 국민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서만 살겠다는 마음을 삶의 신조로 삼아야 한다. 그야말로 생각에 사특함이나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思無邪)는 것이다. 사사로운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국민에 의해 주어진 힘을 등에 업고 무자비하게 권력을 휘둘러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지게 할 것이 자명하다. 민의를 물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선거철이 되면서 사사로움을 앞세우는 정치 행태들이 극에 달하는 것을 모두가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수많은 정치 관련 소식은 국민의 마음을 한층 어둡게 만드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에 등장하여 한 때 유행하다가 사라져가고 있었던 신조어 중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사자성어처럼 줄인 것인데, 21세기에 들어와 정치권에서 보이는 볼썽사나운 여러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유행어가 되었다. 이러한 ‘내로남불’의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이에 해당하는 엉터리 주장과 잘못된 행동을 당당하게 하고 있다. 원칙도 없고, 염치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으며, 반성도 없는 정치인의 이러한 행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자기가 하는 일에는 어떤 잘못이나 단점이 없다고 강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통합은 사라지고 팬덤을 중심으로 하는 분열과 분산의 정치만 남게 되었다.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이 언론매체를 통해 보통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그것은 또다시 일반화되어 보편성을 띠게 되고, 결국 사회 전체가 오직 자신밖에 모르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니 어찌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과 같은 정치풍토를 망국의 정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달래 피는 계절에 지금보다 더 암울한 결과를 보게 될까 두렵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