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잊혀진 이름 최소 1만여 명…위패조형물로 넋 기린다
제주4·3 잊혀진 이름 최소 1만여 명…위패조형물로 넋 기린다
  • 이창준·임창덕 기자
  • 승인 2024.03.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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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12일 4·3평화공원서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
미신고 희생자 최소 1만여 명…“고결한 희생 잊지 않을 것”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에서 열린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 사진=임창덕 기자.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유해를 찾지 못 하고 남아있는 기록도 없어 ‘이름 없는 희생자’로 불리는 이들이 최소 1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넋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에서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4·3 유족 및 관련 단체 등을 비롯해 오영훈 지사, 김창범 4·3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약 2만5000~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재까지 1만4822명만 희생자로 결정돼 최소 1만여 명이 이름 없는 희생자로 남아있다.

‘무명신위 위패조형물’은 이들의 넋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제작됐다. 4·3희생자로 결정되지 못 한 모든 희생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3m가량 높이의 오석 판석으로 만들어졌다.

위패봉안실 현황판에 ‘지금까지 4·3희생자로 결정되지 못 한 모든 희생자를 위무하는 무명신위 위패도 봉안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를 반영해 4·3의 아픔을 전하고 기억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무명신위 위패 설치를 위해 지난해 2월 유족회와 4·3평화재단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주4·3실무위원회에 설치계획을 보고했다.

이어 위패 설치 시기와 제작안, 위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신고 4·3희생자 무명신위 설치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4·3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운영위원회의 무명신위 설치계획 심의를 거쳐 유족회 및 4·3평화재단 등에 설치계획을 설명하고 제막식 세부 계획을 마련했다.
 

12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에서 열린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 사진=임창덕 기자.

4·3평화재단 첫 상근 이사장에 임명된 김종민 이사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항상 마음에 남아있던 것이 무명신위였다. 희생자로 결정돼 위패봉안실에 계셨다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을 텐데 희생자로 결정되지 못 했다”며 “뒤늦게나마 이 일이 추진되고 제막식이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4·3유족회장은 “곁으로 끝내 모시지 못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간 서럽고 원통한 영령님들이 피맺힌 한을 내려놓기를 서원드린다”며 “후손들은 영령님들의 고결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영훈 지사는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1만명이 넘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아직도 찾지 못 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예우를 갖춰 잊혀진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기리고자 한다”며 “무명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격을 높이고 남은 진상규명과 4·3 정명찾기, 정의로운 해결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막식에 앞서 오전 관음사에서는 미신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영가천도 및 추모법회가 봉행됐다.

이창준·임창덕 기자  luckycj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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