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넘실대는 느낌…주어종을 이미지한 붕장어 다리
파도가 넘실대는 느낌…주어종을 이미지한 붕장어 다리
  • 이상수 기자
  • 승인 2024.03.0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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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가 아름다운 노을 섬 여자도(汝自島) - 2
붕장어 모습이라는 연도교.
붕장어 모습이라는 연도교.

# 대동마을과 마파지마을

여자도를 공중에서 보면 ‘너 여(汝)’자 형이라 하여 드론을 날려봤지만 아무리 방향을 틀어도 그런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너 여자형’ 찾기는 포기했다. 오후 썰물 때 왔으면 넓은 갯벌과 노을의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었을텐데 시간이 맞지 않아 할 수 없이 해안가를 돌아보기로 했다. 여자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섬의 중심인 대동마을과 송여자도 건너편 마파지마을이다. 좁은 마을 안길을 빠져나가 건너 쪽 대동마을로 가는 개미허리를 지나면 내연발전소, 소라초등학교 여자분교가 있고 반대편 마파지 마을에는 출장소와 보건지소가 있다.

1994년 4월 이 섬에 내연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전기가 종일 공급되자 수도며 주민들 생활환경이 많이 달라졌단다. 여자도는 높은 산지가 없어 물이 부족한 섬이다. 소형관정을 아무리 파보아도 염기가 있는 물만 나왔다. 동네에는 우물이 세 개가 있으나 두 개는 염기가 있고, 그 중 한 우물이 염기가 없어 우물을 멍석으로 덮어 놓았다가 일시에 배급할 지경이었다. 배급할 때 싸움 안 나게 양동이마다 높이를 맞추어 금을 그었을 정도였다. 매연발전소가 가동되자 해수담수화 시설이 완공됐고 섬 주민들의 오랜 식수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섬 전체가 완만한 경사의 구릉성 산지로 최고 높이가 42m로 이뤄졌고, 동남쪽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농경지로 마늘·보리·녹두·고구마 정도가 생산된다.

하늘에서 본 연도교와 송여자도.
하늘에서 본 연도교와 송여자도.

# 낚시하는 조각 등 조형물·시들이 걸려있는 연도교

송여자도를 가기 위해 연도교 붕장어 다리를 걷는다. 여수시에서 제3차 도서지역 종합개발 사업의 하나로 50억원을 들여 개설한 이 연도교는 폭 3m에 길이 560m로 교량 위에서 낚시할 수 있는 낚시터가 중간중간 9곳이나 만들어졌다. 교량의 특징은 하늘에서 볼 때 여자도 주 어종인 붕장어를 이미지화 했고, 옆에서 보면 파도가 넘실거리는 느낌 주고 있다. 다리 시작점과 끝 지점중간 사이에 낚시하는 조각 등 조형물이며, 시(詩)들이 걸려있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완벽한 혼자/문득, 너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온몸이 열리고/밀물이 들기 시작했어요./아./손가락 하나 들어 올리는 무게마져도/온 세상을 떠받치듯 힘겨울 때/목멘 시간의 아득함과 어둠사이/먼 수평선으로 부터/통증같은 그리움의 노을이 달려왔죠./여자만 여자도. - 여수 시인 김수자 ‘여자도’

다리 중간 쉼터에 앉아 멀리 섬들을 본다. 다녀온 섬들을 찾다가 문득 어느 여행객이 장난스럽게 작은 거울 조각을 다리 난간에 걸어놨다. “왜 저기다 저걸 걸었을까. 혹시 거울을 통해 뭔가 보였던 걸까?” 아무리 살펴보아도 보이는 것은 파란 바다뿐인데 뭐하러 거울을 여기 걸었을까. 작은 거울 속을 한참 들여 다 보니 머리가 허연 노인이 허름한 모자를 쓰고 거울 속에 있네. 많이 늙었군. 노래 가사에선 ‘늙은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던데. 한 때는 온 산을 휘젓고, 몽골 초원으로, 히말라야 산자락으로 잘도 돌아다녔던 그가 작은 거울 속에 초라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다. 나를 보라고 누군가 고맙게 걸어놨구나.

연도교 중간에 있는 낚시 조각상.
연도교 중간에 있는 낚시 조각상.

# 여자만의 넓은 갯벌 너머 해넘이 못 봐 아쉬움 

며칠 사이 갑자기 떨어진 기온과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송여자도다. 작은 여자도란 뜻으로 본래 이름은 ‘솔넘자’였다. 여기서 ‘솔’은 ‘작다’란 의미였고, 소나무가 많아 거송(巨松)이었기에 송여자도라 했다는데, 온 섬이 소나무 숲이다. 마을 입구 해안에 ‘어서 오이다 송여자’란 표석이 반긴다. 아까 제주댁 쉼터에서 만난 순천서 왔다는 관광객이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다리에서 몰아치던 바람은 간데없고 포구안은 아늑하다. 섬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는지 한 노인이 그물 손질하느라 바쁜 일손을 놀린다.

송여자도는 작지만 섬을 도는 코스와 뒷산을 오르는 등산길까지 만들어졌다. 어느 집 벽에는 폐품을 이용한 조각작품이 걸려있고,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가꾸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댁도 이런 여자도 정취에 반해 버린 걸까. 다른 섬에는 빈집이 꽤 많지만 송여자도 에는 빈집이 별로 없을 만큼 인기 있는 섬이란다.

대여자도와 송여자도, 해안에는 천혜의 낚시터가 곳곳에 있어 전국의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는 여자도, 거기에 교량 낚시터까지 설치되어 배를 빌려 타지 않아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여자도라고 자랑이다.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 격으로 섬을 돌아다녔다. 시간이 있었으면 하루 묵으며 여자만의 넓은 갯벌 너머 해넘이를 봤으면 좋았을 텐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아쉬움을 남기고 다른 섬으로 가기 위해 여자호에 몸을 실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송여자도 어느집 벽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끈다.
송여자도 어느집 벽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끈다.

 

이상수 기자  good24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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