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염색을 하며
지삿개 매운바람 동백숲에 잠든 날
천 원짜리 염색약 스치로폴 방석 깔고
어머니 노란 꽃으로 공짜 물들이신다
협궤열차길 흰 가리마에 기울어진 낮달
짓이겨진 칫솔로 열병의 인생 닦는다
내 잇속 누런 찌꺼기 흔적없이 없애듯
어머니와 감나무 늘 함께 휘어가고
날씨만 흐려져도 정지문 삐걱인다
한 생애 왜 안달일까 허겁지겁 저 소나기
▪시작 메모
오늘도 그날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붑니다. 바람 따라 머릿결도 자세를 바꾸며 천천히 짓이겨진 칫솔에 움직입니다. 반나절 나누는 이야기꽃에 감나무 가지는 귀 쫑긋 우리에게로 휘어지고 고요를 깨는 순간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뜸이 듭니다. 할머니였던 어머니가 젊은 어머니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천원짜리 염색약이 신기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다 젖은 후에야 가지런해지는 것들은 흑백의 얼굴로 웃었습니다. 그렇게 볕 잘 드는 오후에 염색하는 시간은, 어머니의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제주어 풀이
(1) 지삿개: ‘용수리’의 옛 지명
(2) 돔박숲: 동백숲
(3) ᄌᆞᆷ들다: 잠들다
(4) ᄁᆞᆯ다: 자리 따위를 바닥에 깔다
(5) 페적: 표적. 흔적
(6) 느리내낭: 내내. 늘
(7) 우치다: 날씨가 좋지 못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다
(8) ᄌᆞᆾ추다: 잦게 하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