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호텔
동굴 호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0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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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몇 년 전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풍경 사진을 좋아하여 찍었던 모습이 신기하다. 이젠 가볼 수 없고 회복기 들어 나의 정신력을 시험대에 올린 곳이다. 그곳은 마하웰리 강을 끼고 큰 돌산을 동굴 호텔로 탈바꿈하였다. 여행지 중에서 이런 호텔도 처음이다. 

주변의 정글 숲은 생태 보전지역이라는데 무서울 정도다. 안내원은 숙소가 가깝다는 말만 하면서 황토 깔린 숲길을 한 시간이나 더 달렸다. 호텔은 바위를 벽면으로 끼고 건축한 코브라처럼 에스 자의 5층 건물이다. 앞에는 호수요 뒤에는 바위에 자연 폭포가 흐른다. 안에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생태 숙소이다. 

호텔에 도착하자 매니저는 예쁜 옷을 걸치고 방문객에게 연꽃 한 송이씩 건네주며 손님을 맞이한다. 호텔 측에서 준비한 꽃은 여러 송이 남았다. 연꽃봉오리 겉잎을 하나씩 아래로 젖히며 물동이에 띄웠다. 환영하고 남은 꽃송이는 물동이에 띄우니 수반에 피어있는 연꽃이다. 

호텔종사자들은 웃는 얼굴로 출입문 틈새에 방마다 큰 수건으로 막고 있다. 저녁이 되면 사마귀와 나비, 나방이 문지방 아래 틈새로 기어들어 오기 때문이다. 아침 청소할 때는 하얀 수건을 빼고 저녁이 되면 깨끗한 수건으로 문틈 사이 막기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산목숨 죽이지 않고 접근금지만 할 뿐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러 호수가 보이는 베란다에 나왔다. 베란다에는 타잔이 밧줄 타듯 굵은 넝쿨이 그네 모양으로 베란다 천장에 늘어졌다. 원숭이가 줄을 타고 이방 저방을 기웃거린다. 방안에 놓인 과일을 훔치려고 염탐하고 있다. 창문에는 원숭이를 조심하고 문을 잠그라는 그림 표시까지 그려졌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는 호텔이었다. 주변은 밀림 지대여서 자연을 이용한 공생 공존하는 유일한 호텔이지 싶다. 

아침이 되자 청량한 새소리에 눈을 떴다. 머리와 부리가 검고 몸이 노란 예쁜 새가 창가에서 줄을 타며 노래한다. 숙박 동과 행사장 건물이 복도로 이어지고 노천수영장이 딸리어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각한 불상이 호텔 곳곳마다 있다. 큰 불상은 치장되어 코너마다 이정표 역할을 한다. 살찐 보살상은 財를 상징하는지 젖가슴도 풍부하다. 조각상을 보며 유리관 안에 있든 닫집 안에 있든 머무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스리랑카 국민의 90%가 생활불교로 믿는다. 호텔 방 문 입구에서 벌레를 보며 산목숨 죽인 죄 금일 참회하게 하고 원숭이의 과일 도둑질 염탐에 투도중죄 금일참회하게 한다. 산교육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한 달에 한 번은 전 국민이 하얀 예복을 입고 사원을 찾기에 국가 종교로 충분하다. 사진을 보는 즐거움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이곳이 극락인 듯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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