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 사기에 대하여
차용 사기에 대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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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변호사

경기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황이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생산·소비·고용 지표가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한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여파로 침체된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역시 제주의 핵심 산업인 관광·건설업의 동반 부진으로 인해 경제 성장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한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차용 사기’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차용 사기’란 돈을 빌리고도 약속한 날에 돈을 갚지 않는 유형의 사기를 의미한다. 다만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다고 하여 모두 다 사기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사기죄는 크게 ‘기망’과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등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착오를 하게 하고 그 착오를 이용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 돈을 빌릴 때에는 일반적으로 “언제까지 돈을 갚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는데 차용 사기는 “약속한 날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마치 변제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것”을 ‘기망’으로 평가하여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차용 사기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차용 당시 ‘변제의 의사 또는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이다.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변제일에 차용금을 변제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되는 것이고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면 사기죄로 처벌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차용 당시 별다른 재산 및 수입이 없는 경우, 또는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에는 ‘변제의 의사 또는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반대로 차용 당시 상당한 재산이 있었다거나 수입이 예상되었던 경우에는 그 이후에 경제 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 문제만 남게 된다. 

한편 차용 당시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거나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차용 사기를 고소하는 이유는 형사처벌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해 변제받고자 함에 있다. 그러나 섣불리 고소를 하였다가 차용인이 무혐의를 받게 된다면 오히려 변제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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