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밭담 연평균 훼손율 2.9% 심각..."보존대책 시급"
제주밭담 연평균 훼손율 2.9% 심각..."보존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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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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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주일보-KCTV 크로스미디어 기획
제주밭담 특집, 우리는 돌 위에 산다
(2)제주밭담의 현주소 ... 훼손 막을 근본적 대안 마련해야
오름 밑으로 넓게 늘어선 밭담.
오름 밑으로 넓게 늘어선 밭담.

오름과 바다, 매력적인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는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돌담이 있다. 

올레길에는 길게 늘어선 검은 밭담, 바다에는 해녀들의 불턱과 원담, 오름을 오르면 보이는 축담과 산담 등이 제주의 풍경을 자아낸다. 

이처럼 제주 전역에 골고루 분포한 돌담은 제주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돌문화 그 자체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제주의 공동체 의식, 바로 수눌음 문화이다. 

제주대학교 사학과 김동전 교수는 “돌담 중 특히 밭담은 주로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함께 쌓았다는 점에서 수눌음 문화 공동체의 상징으로서도 그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 부터 역사 문화적 가치까지, 돌담을 보존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제주 돌담 중 밭담은 그 자리에서 수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왔다.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은채 긴 세월을 버텨 왔지만 각종 대해와 난개발에 의해서 그 아름다운 가치는 훼손되고 있다. 

제주밭담의 현실은 어떨까? 

제주도에는 지금도 밭담을 전문적으로 쌓고 보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석공, 제주말로 ‘돌챙이’이다.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도에 위치한 밭에서 석공들이 밭담을 보수하고 있다.
우도에 위치한 밭에서 석공들이 밭담을 보수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돌빛나예술학교(대표 조환진)’ 돌챙이들은 기계를 쓰지 않고 크고 작은 돌들을 굴리고 괴어 넣는 전통 방식으로 돌담을 보수하고 있다. 

밭담 보수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단의 대표 조환진씨는 돌담의 매력에 빠져 돌챙이로 살아온지 20년이 넘었다. 

조환진씨가 밭담 보수 봉사를 시작한지는 9년. 

제주 곳곳 밭담이 무너진 곳들을 찾아다녔던 그는 제주 밭담의 현주소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밭담의 현실에 “과거에는 밭담이 무너지면 소나 말들이 밭에 들어와서 농작물을 뜯어먹기 때문에 바로 보수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무너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밭담을 보수해 주라는 문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보수하기도 전에 치워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KCTV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10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제주의 밭담은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었다. 

제주대학교 산업응용경제학과 고성보 교수는 2001년과 2005년 인공위성 사진 차이와 현장 확인을 거쳐 훼손율을 측정했다. 

측정 자료에 따르면 평균 훼손율은 연간 2.9% 정도로 우리 기준으로 따지면 복리 이자율의 개념이기 때문에 적은 수치로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훨씬 빠른 속도로 밭담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밭담이 조금씩 무너지고 방치되는 사이, 돌은 치워지고 돌담의 흔적은 사라졌다. 

도로개설, 건물신축, 농지정리 등 돌담을 허물도록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무너지는 돌담, 돌담이 사라진 자리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메워진다.

시멘트로 메워져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집담.
시멘트로 메워져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집담.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마을에는 시멘트가 덧 발린 돌담들이 길을 이루고 있다. 

과거 시멘트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돌과 시멘트가 혼합된 돌담의 변형. 

그것은 제주의 돌담이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재진이 만난 김녕리 마을 주민은 “집과 밭 주변에 담이 있었는데 차량과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돌담을 무너뜨려 버리고, 심지어는 돌을 실어 가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전통 돌담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업환경의 변화 또한 제주 돌담의 존속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농업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작물 재배 형태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 뼘의 면적이라도 넓히기 위해 밭담을 허물어 버리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귀덕2리 마을 주민은 “밭담이 사라지는 현실은 아쉽지만 밭담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는 아니며, 현대식 농업과 농기계를 사용하는데 밭담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는 밭담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만약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 토지를 사들이면 그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돌담을 다 허물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 구좌읍 일대 하수도 정비현장, 중장비가 밭담과 땅을 뒤엎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일대 하수도 정비현장, 중장비가 밭담과 땅을 뒤엎고 있다.

제주돌담 특히 밭담의 보전을 단순히 도민들의 의지에 기대거나 맡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게 현실이다. 

개인의 사유재산인 만큼 보존과 보호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계도활동이나 캠페인 등 간접적인 대책이 아닌, 밭담을 보존대상인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밭의 주인부터 자발적으로 보존에 참여하게 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KCTV제주방송) 김석범(KCTV제주방송 보도국장) 박병준(KCTV제주방송 영상취재 기자), 이현(KCTV제주방송 PD)
 

*‘우리는 돌 위에 산다’ 기획 프로그램은 KCTV 제주방송 홈페이지와 VOD 다시보기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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