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3.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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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제주문화원장·칼럼니스트

봄 같은데 날씨가 꽤 변덕스럽다. 장마처럼 연일 비가 오는가 하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봄은 정작 우리 곁에 와 있다. 겨우내 땅속에서 움츠렸던 파란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나와 세상을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다양한 꽃들도 형형색색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일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이제 그 누구도 봄이 왔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계절은 참 신비롭기도 하다. 누가 명령을 하거나 지시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알아서 때가 되면 바뀌고 그에 따라 환경도 변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계절에 따라 장단점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온갖 만물에 믿음을 주고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베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개인과 사회가 서로 믿고 신뢰하며 공존했으면 하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요즘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하며 그들의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정부가 백기투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증·응급환자가 주로 찾는 대형 병원의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가진 탓에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박차고 나올 때마다 번번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의사 증원 반대를 위해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니, 오래전부터 보건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사이 한시가 급한 응급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루가 1년 같이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전공의들은 무조건 자신들의 요구 조건만을 앞세워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유야 어떻든 의사의 직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의대 K학장은 졸업식 축사에서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 받고 이 자리 서 있다.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제 따스한 봄기운을 받아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새순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얼마 없으면 이 새싹들이 잎으로 변해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역할을 해 휴식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서로 양보하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人法地) 땅은 하늘을 본받고(地法天) 하늘은 도를 본받고(天法道) 도는 스스로 자연을 본받는다(道法自然)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억지로 꾸미지 않아야 자연스러워진다는 뜻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러기에 자연을 따르지 않으면 화(禍)를 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때를 기다리는 방법만이 가장 현명한 일이라는 것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가슴 깊이 새겨볼 일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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