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섬 천연보호구역 위협 '토끼 소탕작전' 전개
범섬 천연보호구역 위협 '토끼 소탕작전' 전개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4.03.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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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불어나 자생식물 등 생태계 파괴...1억 투입 포획틀 이용 생포 추진
범섬에서 발견된 토끼 배설물.

천연보호구역인 범섬에 사는 토끼들에 대한 소탕 작전이 펼쳐진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사업비 1억원(국비도비 각 5000만원)을 투입해 범섬에서 대량 번식해 서식하는 토끼들을 포획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토끼들이 불어나면서 자생식물들의 잎과 뿌리를 갉아먹는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범섬에는 천연기념물인 생달나무와 소기나무, 후박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달 중 포획 사업을 위한 용역 계약이 체결된 후 연말까지 포획이 전개될 예정으로 수풀이 우거지면서 토끼의 은신이 쉬워지는 여름이 오기 전에 집중 포획이 이뤄진다.

방법은 포획 틀을 이용한 생포로, 여의치 않을 경우 덫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생포된 토끼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 등으로 옮겨져 보호 조치될 예정이다.

현재 범섬 토끼 개체수는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범섬 곳곳에서 토끼 배설물과 굴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범섬을 방문한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끼들의 서식지로 보이는 장소마다 배설물 악취가 진동했다.

범섬 내 토끼굴.

범섬 토끼들은 1950년대 섬에 살던 주민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가 2002~20043년간 범섬 토끼 포획작업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소탕에 실패한 후 일부 개체가 남아 다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범섬에 방사된 후 번식하고 있던 염소 수십 마리에 대한 포획 작업도 함께 진행된 결과 염소는 사라졌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범섬 천연기념물 모니터링, 식생 정비사업 등 과정에서 토끼가 급증한 것으로 관찰되면서 생태계 건강 유지를 위해 포획에 나서는 것이라며 포획틀로 들개를 생포하는 동물 전문 단체나 연구기관 등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끼 번식력이 왕성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만큼 최대한 빨리 포획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문섬차귀도 토끼, 비양도 염소 등 부속도서에서 가축이 급증해 식생이 위협받자 포획이 진행됐다. 지금은 범섬 토끼만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섬은 문섬 등과 함께 천연보호구역이자 천연기념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립공원 엄정 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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