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6.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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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녹지.

정확한 실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된 용도지역 중 녹지 지역의 하나로, 도시의 녹지 공간 확보, 도시 확산 방지, 장래 도시용지 공급 등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발이 허용되는 곳이다.

이처럼 자연녹지는 원래 ‘조용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요즘엔 시끄럽기 그지없다.

오히려 도시지역 보다 더 요동치고 있다. 도시지역 또는 취락지역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꾼’들이 대거 자연녹지로 집결한 때문이다.

제주도내 자연녹지는 제주시 142㎢와 서귀포시 169㎢등 모두 311㎢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상은 동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나머지 읍·면지역 자연녹지도 시가지 또는 취락지역 외곽을 감싸 조화를 이루면서 취락지역의 허파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자연녹지를 중심으로 연간 1000건에 육박하는 건축 행위가 이뤄지면서 자연녹지가 투기장화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땅값이 폭등했다.

투기세력의 수중에 들어가 곳곳이 만신창이가 됐다. 이는 곧 제주 정체성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미래 위해 난개발 막아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온갖 제도의 빈틈과 편법을 동원한 난개발 사례들이 여전히 많이 진행되고 있다.”

“난개발을 막는 것이 제주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일부 개발욕구에 의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제주의 근본가치와 미래 후손들을 위해서는 (자연녹지 난개발을) 잡아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최근 부동산 투기열풍에 따른 특별단속 등을 주문하면서 제주도 간부공무원들에게 한 발언의 일부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는 자연녹지에서 건축행위 요건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핏발세운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의 장인 공청회조차 무산됐다.

반대의 목소리 가운데는 정말 제주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도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핏발세운 거친 소리 뒤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다름 아닌 개발업자들의 탐욕이다.

겉으로는 주민불편, 나아가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개발행위가 제한될 경우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개발업자들의 좁아진 밥그릇이다.

잿밥에 눈이 멀어 선량한 다수의 도민들이 향유해야 할 자연가치를 짓뭉개고 있다.

자연녹지가 무너지면, 기존 도심기능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새로운 집, 쾌적한 자연 환경까지 갖춘 주거공간은 사람이면 누구나 소망하고 꿈꾸는 ‘살아보고 싶은 보금자리’다.

개발업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제주에 부동산 광풍, 특히 별장주택 신축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이처럼 개발업자들에 의한 ‘외부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2년 뒤 지금의 ‘부조리’ 심판

“자연녹지는 원칙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발이 허용되는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개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녹지 지역의 개발 수요가 일반화되는 것을 지양하고, 계획 개발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9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주최했던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가 제시한 대안이다.

제주도의회 의원들 또한 누구 못지않게 자연녹지 난개발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지역민의 민원(民願)으로 포장한 채, 개발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민의의 전당에서 ‘사적인 선(善)’이 이처럼 ‘공공의 선(善)’인 양 확대, 포장된다면 그 뒤에서 웃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헤아린다.

선량한, 말 없는 도민들은 이를 모를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같다.

세상이, 나아가 사람들이 한 때의 일로 치부해 이를 잊을 것 같지만, 끝내 기억해 낸다. 정치판에 콘크리트 지지는 없다.

잘못됐다는 판단이 서면 거두는 게 정치판의 지지다.

이는 지난 4·13총선이 반증한다.

2년 뒤 지방권력에 대한 심판의 장이 선다.

세상은 오늘의 ‘부조리’를 묻고 가지 않는다.

아니 묻고 가서도 안 된다. 세상은 때에 따라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지만 결국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간다.

이것이 민심(民心)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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