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법원 판결
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법원 판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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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칼럼니스트·시인·전 제주도 행정부지사·논설위원

세금 맘대로 썼다간 도지사와 시장 등 지자체장이나 설계용역을 한 연구원이나 공무원들이 거덜 난다. 법원이 자치단체 집행부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지난 14일 용인 경전철 사업의 예산 낭비와 관련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설계 용역을 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214억원의 배상 책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2004년 경전철 시공사인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수요 예측치의 90%를 최소 수입으로 보장하는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중대한 과실(過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용인시 경전철 사업은 용인시 관광사업 및 교통 개선을 위해 민선 1기부터 계획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2002~2006년 민선 4기 용인시장 당시 착공한 사업이라 이 전 시장에게 배상이 내려졌다. 

주민소송제도는 2006년부터 시행되는 제도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21조 주민감사청구와 22조 주민소송제도를 신설했다. 

주민소송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소속 공무원 등이 예산을 낭비하거나 잘못된 계약을 맺는 등 위법 행위나 업무 태만을 저지른 경우 이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로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이뤄진다. 주민 200~500명이 주민감사청구를 하면 된다. 

주민소송제도는 자칫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지역 발전이 침체될 단점도 있지만, 공무원들이 혈세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크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의 실천이다. 주민자치권 역시 주민으로부터 나오고 자치 권력의 주인은 주민이란 것이다. 따라서 권력을 이용해 혈세를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러나 주민소송은 소송 요건이 까다롭고 주민들이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주민소송을 더 간편하게 할 당위성이 있다. 

이를 간편하기 위해선 주민 200명 이상을 30명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 그럴 경우 주민소송이 간편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어도 법원 사무의 업무 과중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는 각 지방의회 산하에 심판위원회를 둬 소송 전치주의를 채택하면 된다. 조사 기능은 지방의회 산하에 입증자료 조사위원회를 유형에 따라 구성하면 된다.  

주민소송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부실 사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유형의 주민소송뿐만 아니라 사업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거나 행정 처분의 위법성 확인을 구하는 소송도 가능하다. 한 사례로 서초구청장이 사랑의 교회에 내준 도로 점용 허가가 위법하다며 주민소송을 냈는데 2019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로 214억원을 물게 된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은 중앙정부가 심의하고 승인까지 한 사업인데 일개 기초단체장이 무슨 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이라 다른 방법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잘못된 수요 예측을 한 연구원들에게도 세금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퇴임한 뒤까지도 책임을 묻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제도”라는 말이 나왔다.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총사업비 6767억원이 투입된 의정부 경전철 사업, 인천의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 은하레일 사업 등등 많다. 제주도에서도 곽지 매립 사업. 예례휴양 사업의 교훈을 가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을 잘못한 연구원들에게도 배상책임을 물었다. 8기 도정도 역점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업, 우주항공 사업 등에 대해 정밀한 분석과 사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곧 시행할 제주 트랩 교통 개선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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