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처럼 사는 인생
음악처럼 사는 인생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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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나는 음악을 전공을 했다. 내가 어린시절 부친은 초등학교 교장이였다. 학교에 딸린 관사에서 살았던 가족들, 그러니 운동장이 마당이었고 학교가 놀이터였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풍금이 언제나 나의 가까이에 있었다. 아무리 곁에 풍금이 있다 해도 관심이 없으면 거들떠보지 않았을 텐데 나의 경우 음악에 큰 관심을 가졌는지 언제나 풍금에 매달려 있었다. 풍금을 다루는 방법을 음악 담당하신 선생님께서 음계를 가르쳐 주고 간단한 건반화성을 지도도 해 주셨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교장인 아버지 따라 학교를 옮겨 5~6학년을 보낸 성산 시흥초등학교 재학 시절도 학교의 풍금을 항상 다루었는데, 화음 반주까지 하게 되니 주변 선생님들도 감탄을 하시기도 했다.

중학교는 서귀포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다. 2학년 때 옆에 사시는 음악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집에 들여다 놨는지 저녁 시간이면 언제나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공부에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멀리 떨어져서 근무를 하셨고, 한달에 한번 월급을 수령하려 서귀포시 교육청에 오시는데, 나는 그 날을 기다렸다.

아버지께 피아노를 지도 받고 싶은데 렛슨비를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께서는 쾌히 승낙을 하셨다. 렛슨비를 봉투에 넣고 음악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께 피아노를 지도 받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단숨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남자가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가 흠집이 생긴다고 피아노를 지도할 수 없다는 얘기에 나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

중학교 3학년 초 우리학교에 브라스 밴드가 생겼다. 어느 날 복도에서 트럼펫을 신나게 부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교실은 교무실 바로 옆이었는데 교무실 복도에 나와서 연주를 하니 소리가 찢어질 듯이 힘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트럼펫을 연주한 분은 최근에 군악대를 제대한 분으로 이제 밴드부를 담당 하신단다. 나는 밴드부에 신청했고 클라리넷을 담당하게 됐다. 그런데 지도 하시는 선생님은 트럼펫을 연주 하시던 분이 아니고 클라리넷을 하시는 분이시란다. 그 사이에 선생님이 바뀌었다. 나의 음악의 길에 이 선생님의 가르킴이 절대적으로 영향이 컷다고 말을 할 수가 있다. 선생님께서는 악기를 집으로 가지고 가서 연습을 하라고 했다. 선생님은 단순히 악기의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오라고 하신 것인데, 나는 악기의 음계를 터득하고 아는 노래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신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한 것인데 나의 음악성이 대단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기쁨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연주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내가 살았던 곳 앞 도로에서 부터 동쪽으로 500m 정도를 악기를 불면서 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나 혼자서 신나게 연주를 하고 행진을 했다. 너무나 황홀했다. 사람들이 까만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동네의 도로 한길가를 클라리넷을 불면서 행진하디니 지금 생각을 하면 어이도 없고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날 선생님께 나의 솜씨를 보여 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놀라시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몇 달 뒤에 서귀포 관광극장에서 연주회가 열렸는데 내가 소속된 밴드부가 출연하게 됐는데 나는 독주를 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이 나를 음악의 길로 가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나를 지도 하신 선생님을 지금도 찾아뵙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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