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思考)는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고(思考)는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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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오라동 사평새마을 작은도서관 회장·문학박사·논설위원

‘왜?’라는 질문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늘 필요하다. 빠른 시대 변화, 디지털 시스템 전환, 독서량 감소 등은 우리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세상은 점점 깊고 천천히 생각할 과정 대신 신속한 결과물을 원한다.

아이가 100점 받은 국어 시험지를 엄마에게 들고 왔다. 엄마는 아이에게 묻는다.

“수학 점수는? 영어 점수는?”

국어만 100점을 맞아 칭찬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아이가 원한 대답은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구나.”이다.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칭찬하는 말이 듣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신속하고 완벽한 결과를 원한다. 조금 느리거나 실수하면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긴다. 기다리지 못한다. 실수도 과정 중 하나다. 왜 실수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다음에는 실수하지 않는 과정에서 이유를 찾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성공한 것 아닐까?

강의식 교수법에 익숙한 우리는 강의를 마치고 강의자가 “질문 있나요?”라고 물으면,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강의자는 자신이 강의가 완벽하고, 수강생은 강의 내용을 모두 이해한 줄 착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놓친 게 있다. 질문으로 인해 끊임없이 앎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완전히 안다는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늘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을까?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시대는 더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여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다 알아서 해줄 텐데 굳이 사고(思考)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현상은 어쩌면 우리에게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게 만든다. 비판적 사고는 진실과 편향된 의견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철학적 사고는 나의 핵심 가치와 인생의 주도권을 찾고,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두 가지 사고는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든다. 사고는 의사소통의 핵심이며, 성숙한 삶을 통찰할 힘을 길러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사고는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내 삶에서 감사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 진심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내면의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최근에 유행하는 ‘뉴트로 문화’는 ‘New’와 ‘Retro’의 합성어로 오래된 스타일을 새롭게 즐기는 문화를 말한다. 필름 카메라, 흑백 인화, LP판, 카세트테이프 등 어느 세대에게는 정겨움과 추억을, 어떤 세대에게는 호기심과 흥미를 주는 이러한 소재들은 우리를 조금 천천히 생각하면서 가는 길로 열어준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조금 천천히, 더 깊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소재들이다.

타인을 보기 전에 자기 내면을 먼저 오래, 자세히 바라보자. 먼저,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보자. 마음속 깊은 곳의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 더 깊은 삶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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