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진다” 중화학선언 50주년의 감회
“내가 책임진다” 중화학선언 50주년의 감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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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전 중화학공업기획단·논설위원

“나는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 경제에 관한 정책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공업은 이제 바야흐로 중화학공업시대에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에 중점을 두는 중화학정책을 선언합니다.”

1973년 1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국·내외에 큰 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나라의 재정 등 여건상 어려운 과업이었다. 대통령의 의지는 국운을 걸만큼 지상 최대의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목표는 1980년대 초에 100억불 수출과 1인당 GNP(국민 총생산) 1000불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중화학 6대업종은

중화학(重化學)이란 중공업과 화학공업을 뜻한다. 1870년대에 선진국의 중공업과 화학공업이 발달된 산업형태를 말한다. 당시 대통령의 중화학선언에서 ‘중화학’이란 ▲철강 ▲비철금속(동·아연 ) ▲조선 ▲기계 ▲전자 ▲석유화학의 6대 업종을 말한다 .

이에따라 정부는 중화학 6대 업종의 공장 건설을 위해 거대한 공업단지(團地)를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공업단지 배후에는 항구와 급수, 전력, 철도 등 여건을 충분히 고려했다. 철강(포항), 비철금속(온산), 조선(울산·거제도), 기계(창원), 전자(구미), 석유화학(울산·여천). 이처럼 중화학을 단지화 한것은 중화학의 효과적인 건설을 기하고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철칙으로 삼았다. 단지 설계와 부지조성공사는 건설부 산하 산업기지개발공사에서 전담했다.

여기에 중화학과 일반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양성하는데 교육부와 과기처, 상공부 등 범정부차원에서 중지를 모았다. 충정남도의 대덕연구단지조성에 착수했다. 공업고등학교, 대학에서는 특성화(과목)를 지정해 기술인력양성에 투자했다. 공고에서는 기능사, 대학에서는 기술자들이 배출됐다.

중화학 추진은 1981년도에 이르러 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당초 목표 100억달러의 2배였다. 중화학은 단순한 수출목표 달성만이 아니고 한국의 공업구조를 ‘중화학’하였기에 기적과 같은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중화학공업과 병행해 추진한 업종 중 중요한 것은 방위산업, 기술인력양성, 과학기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경상남도 창원공업기지는 주거, 공공기관, 기계공장이 병존하는 배후공업도시로 발전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정하는 방위 제품들은 주로 이곳에서 기술이 축적된 결과다.

중화학 비서관의 고뇌와 업적

정부는 중화학을 추진함에 있어서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대신에 정부조직법 제2조 2항 단서에 의거 각의 (국무회의)를 대신하는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하부 기관으로 공무원 20명 내외의 정예 ‘중화학공업기획단’을 설립했다. 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았다. 기획단장은 청와대 중화학업무를 수행하는 경제 제2 오원철 수석이 겸임했다. 부단장 역시 경제2비서실의 김광모 비서관이 맡았다. 오원철 단장과 김광모 부단장은 서울공대 화학과 선후배로 상공부에서 같이 근무하다 청와대에 들어와 1970년대 10여 년을 중화학, 방위산업, 인력개발 등 한국 경제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오원철 수석은 1951년 전쟁기간에 필자의 모교 대정국민학교에 임시 개설한 공군사관학교(기술사관) 1기생으로 공군소령으로 예편했다. 2019년 5월 30일 91세로 별세하셨다. 김광모 부단장은 현재 90세의 고령임에도 ‘중화학’칼럼을 쓰고 있다. 이 글의 주요내용은 김 부단장의 글을 참조했다. 필자는 중화학기획단에서 5년 여(1975~1980) 봉직했다. “내가 책임진다”는 대통령의 국정 의지가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게된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음을 ‘중화학선언 50주년’을 보내면서 회고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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