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한 정치권
구태의연한 정치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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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정치권은 이합집산으로 분주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제3지대 정당들이 통합해 ‘개혁신당’ 간판을 내걸기로 합의한 지 11일 만에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선거 주도권을 놓고 한 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벌이다 정식 출범도 못한 채 제3지대 ‘빅텐트’가 철거됐다. 

통합 개혁신당은 국민들에게 합리적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로운 모습은커녕 정치권의 구태를 그대도 보여줬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비주류가 탈당해 정당을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창당대회도 못 하고 헤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0일 같은 새로운미래 출신 김종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라며 “더구나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라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내가 성찰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라며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먹고사는 문제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통합 개혁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들의 화합적 결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이들이 거대 양당의 주도하는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졌다. 하지만 각자 이념과 정체성,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정파 간 결합은 역시 힘들었다.

이들의 결합의 한계를 드러낸 것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 문제였다.

이준석 대표는 배 전 부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옹호하는 것을 두고 신당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입당에 반대했으나 이낙연 대표 측은 특정인 배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포용론을 폈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선거 지휘권 쟁탈전으로 확전되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나섰다.

이들은 통합 철회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언급을 내놨다. 정치 지도자의 지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자신의 길을 다시 찾아 나선 제3지대 정당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나 자신들이 비판하면서 탈당한 거대 양당과 같이 당을 운영한다면 그나마 있는 지지층들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다.

새 정치를 외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내세우고 있는 개혁과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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