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小貪大失): 변화 없이는 망할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변화 없이는 망할 수밖에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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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제주모터스대표이사·논설위원

본지 2월 8일자 기사 중 “작년 10개 시도서 소매판매 감소…서비스업, 제주만 역성장”이라는 기사가 눈에 뛴다. 기사 내용을 보면 지난해(2023년) 전국 17개 시도가운데 제주 상품소비(소매판매)의 감소폭(-6.3%)이 가장 컸고 서비스업 생산은 제주가 홀로 감소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원인을 코로나19 기간 제주에 몰렸던 여행수요가 엔데믹 전환에 따라 해외로 옮겨가면서 제주도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라 분석하였지만 좀 더 본질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동안 제주도 관광객수는 대략 1,023~1,388만명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이전 2014-2019년 동안 관광객수는 대략 1,227~1,582만명 수준이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외 이동이 제한되어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운 제주에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 했을 때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엔데믹으로 전환된 2023년 제주 관광객수는 1,334만명으로 누적 관광객 수는 큰 차이는 없으나 국내 관광객수는 2022년 대비 약 8.5%가 줄었다. 이 점이 변화 없이는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감소는 해외여행으로 인한 항공편 감소와 고물가 논란이라고 진단하는데 본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주에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제주도민이 마음(마인드)을 변화해야 한다. 소탐대실 두번째 시론의 제목에서 ‘비싸다고 느끼는 것과 바가지라고 느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라고 한 것같이 현재 제주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바가지라는 이미지는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소비자의 시각이다. 제주는 물류비 등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그런 구조나 숫자를 가지고 소비자를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바가지라고 하면 바가지로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바가지 이미지가 고착되어서는 결코 회복할 수 없다.

최근 10년간 제주 관광객수는 약 1억3562만명 수준이다. 이는 전 국민이 10년에 두번은 제주를 방문했다는 의미다. 이는 제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제주의 가치 변화 없이는 방문할 의미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안은 명품이다. 명품은 가격보다 가치가 중요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이다. 명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치를 인정하고 비싼 가격도 인정하는 것이다. 관광관련 명품을 객관화한 사례는 ‘미쉐린 가이드’이다. 미쉬린 가이드는 식당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신뢰하면서 방문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식당인 경우 미슐랭 1,2,3 스타 식당이 있는데 수십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모두 인정하고 방문한다. 이들이 모두 비싼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인 빕그루망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한다. 이 역시 미슐랭 식당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안타깝게도 제주에는 미슐랭이나 빕그루망 식당이 없다. 이는 제주에 명품 식당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제주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한다. 소비자를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소비자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명품을 만들고 인증해야 한다. 제주는 올레라는 명품을 만든 경험이 있다. 올레라는 명품을 통해 제주 가치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 명품이다.

제주의 명품을 만들고 검증하고 인정하는 시스템(가칭 ‘제줏 것’)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지자체(공공기관)나 기업이 개입되어서는 안되고 민간 중심으로 객관화된 명품을 만들고 인증하고 이를 알려야 한다, 명품 역시 공급자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한다. 다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게 정확하고 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길잡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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