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선물한 갯벌을 텃밭처럼 여기는 풍요로운 섬
자연이 선물한 갯벌을 텃밭처럼 여기는 풍요로운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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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가 아름다운 노울 섬 여자도(汝自島) - 1
하늘에서 내려다본 여자도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본 여자도 전경.

# 이름이 독특해 많은 관광객 찾아

섬에 가 섬 지명이 독특하면 유래를 먼저 본다. 여자도는 본래 이름은 ‘넘자 섬’이라고 한다. ‘넘자’의 뜻을 풀어 한자로 표기하면 ‘넘’과 ‘자’로 나누어서 먼저 ‘넘’은 남이란 뜻의 ‘너(汝)’로 표기하고, 자는 스스로 ‘自’로 표기해 여자(汝自)도라고 하게 됐다는 논리다. 즉 여자도를 공중에서 보면 섬 배열이 ‘너 여(汝)’ 형이고, 육지와 거리가 너무 멀다 하여 모든 생활수단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자(自)를 써 여자도라 했단다. 다른 풀이로는 ‘넘’은 넘는다는 뜻이며 ‘자’는 산을 말하는 고어로 ‘넘자’란 말은 섬의 높이가 낮아 파도가 산을 넘어서 생겨난 말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는 낮은 산으로 이루어지 지형과도 맞아 떨어진다. - 이재언 ‘한국의 섬’

2개의 유인도와 5개의 무인도가 있는데, 유인도 중 큰 섬은 대여자도라 부르고 소여자도는 소나무가 많아서 소나무 송(松)자를 써 송여자(松汝自) 또는 솔넘자라 부르고 있다. 이름이 독특해서 그런지 여자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

첫배 타려고 어스름한 새벽길을 달렸다. 여자도 가는 선착장 섬달천을 찾아 부지런히 갔더니 첫배가 오전 8시40분이다. 너무 일찍 도착해 1시간 동안을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바람이 점점 거세져 혹시 배가 출항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한 주민이 나온다. 앞에 보이는 섬이 송여자도고 뒤에 큰 섬이 여자도로 오전 8시에 여자도에서 배가 출발해 오니 기다리란다. 날이 밝아 오자 한 무리 오리떼가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연락선 여자호가 섬달천 선착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섬을 찾는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승선하자 곧바로 출발, 20여 분 달려 송여자도를 거쳐 여자도 마파지 마을 선착장에 도착했다.

해안에 만든 여자도 관광 해안 관광데크.
해안에 만든 여자도 관광 해안 관광데크.

# 타 지역 섬에서 만난 제주댁 반가워

여자도는 여수시 화정면 여자만 중심에 있는 작은 섬으로 면적 0.59㎢, 해안선 길이 7.5㎞, 바다 수심이 평균 3~5m정도로 비교적 낮고, 순천과 벌교 방향에서 민물이 유입되어 좋은 갯벌과 염도를 이뤄 어패류들이 살기에 좋은 지형이다. 그래서 여자만은 전국의 꼬막 생산량 8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여자도 세 개의 자연마을 132가구 주민들도 자연이 선물한 갯벌을 ‘텃밭’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어업을 통해 목돈을 마련할 정도로 풍요로운 섬이다.

마을 길 따라 걸어 언덕에 올라서자 눈앞에 송여자도 건너는 연도교(붕장어다리)다. 2021년 5월 대여자도와 송여자도를 잇는 길이 560m의 연도교를 높은곳 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붕장어가 꿈틀거리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다리를 건너가려고 내려서는데 오른쪽에 ‘제주댁 쉼터’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보말죽 전문이라는 메뉴를 보고 ‘제주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일까’ 문을 열고 들어가 “혹시 제주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예. 어디서 옵디가. 난 행원리가 고향 이우다. 어떵헨 여기까지 와수과”, “섬 취재 댕겸수다. 먼디서 고향 사람 만나 난 반갑네예” 제주 말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자 옆에 순천서 온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고향 사람 만나 참 좋습니다. 식사할 수 있냐”고 묻는다. “아침 일찍 이라 재료 준비가 안 돼 지금은 쭈꾸미 라면밖에…”, “쭈꾸미라면 좋지요” 여자도 제주댁 쭈꾸미라면 맛을 보자며 한바탕 웃었다.

아침 첫 손님에 고향서 온 손님이라 쭈구미를 푸짐하게 넣어 라면과 함께 끓여 쌀쌀한 날씨에 별미를 맛볼 수 있었다.

섬에서 만난 사람 여자도 제주댁 장복희씨

장복희씨
장복희씨

■ 먼 곳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반갑습니다. 어떻게 여자도까지 오게 됐습니까.

- 저가 머리가 자주 아프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힘들게 살다 우연히 딸하고 여자도에 놀러 왔다가 섬이 너무 맘에 들어 처음에는 한 달만 살자고 한 것이 3년째가 됐습니다.

■ 여자도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 처음은 자연환경이 그랬고, 시간이 가면서 주민들 정이 참 좋았지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그런 정이 있는 섬입니다

■ 제주댁 쉼터를 하시면서 제주 음식인 보말죽과 문어죽을 특미로 내놓고 있는데 많이 찾습니까.

- 이곳 여자도는 각종 해산물이 많이 나와 이것으로 제주도 음식을 한번 만들어 보자 시험했는데 상상외로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 호응이 좋습니다. 이 섬에는 계절마다 낚지, 갑오징어, 병어, 전어, 소라 등 패류가 많이 나와 여러 음식 만들기가 좋은 곳입니다

■ 여기는 혼자서 운영하고 계신가요.

- 이 쉼터 말고도 저 언덕위에 있는 교량 펜션을 우리 딸 정이하고 함께 운영하고 있지요. 펜션은 마을 소유로 저에게 운영해보라고 해서 지금은 수리 중입니다.

■ 입구에 보면 ‘제주댁하고 부르면 금방 나오겠습니다’라고 써 붙였는데 제주댁을 많이 찾습니까.

- 다른 지역보다 우리 제주도가 좀 특이해서인지 장난삼아 부르는 사람도 있고, 가끔 제주도에서 온 사람들도 반갑게 찾아옵니다. 그때가 무척 반갑답니다. 여자도에 오시거든 꼭 이곳을 찾아 주십시오.

단체손님이 밀려오자 더 오래 인터뷰 할 수 없어 일어나자 금방 삶은 고구마와 음료를 정성스럽게 싸주며 섬에 다니면서 드시란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송여자도를 잇는 연도교 옆에 있는 제주댁 쉼터.
송여자도를 잇는 연도교 옆에 있는 제주댁 쉼터.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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