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주신 시계
아부지가 주신 시계
  • 강민성 기자
  • 승인 2024.02.15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78)

▪표준어

아버지가 주신 시계

아이가 꾸었던 꿈 시계를 가지는 꿈
앙상한 손목에다 그려주던 아버지
그 시간 친정집 돌아 갯바위에 공회전한다

시곗줄 줄이시고 내 손목에 채우던 날
지금 몇 시? 지금 몇 시? 시계만 보게 하던
지삿개 애기똥풀아, 앞니 빠진 그 물음아

아버지 가시는 날 시간도 자릴 떴다
청명날 당산봉 무덤 알람에 깨어날까
언젠가 돌아온다는 시간 약속해 둘걸

▪시작 메모
째깍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았던 내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이 메트로놈 같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엇나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엇나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길로만 가는 게 내가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시계 소리, 째깍거리는 그 시간 속에서만 살았습니다. 내 손목에 찼던 첫 시계는 아버지의 시계였습니다. 은색의 손목시계는 어린 손목에 차기에는 너무 무겁고 커 보였지만 나는 너무 좋아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아버지와 나는 4㎞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시계방에 갔습니다. 당신이 찼던 시계를 벗어, 시곗줄 줄이고 내 손목에 채워주신 나의 아버지. 나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시계만 자꾸 보는 내게 아버지는 지금 몇 시고? 지금 몇 시고? 계속 사랑을 물어주셨습니다. 지금도 째깍거리는 그 시간에 뛰어들다 낮은 채도로 뭉클뭉클 튀어 오르는 아픔에 잠시 눈을 감곤 합니다. 오늘도 당신께서 내게 남긴 잔해는 통증입니다.

▪제주어 풀이
(1) 꾸다: 꿈을 꾸다
(2) 홀모게기: ‘손목’의 낮은말
(3) 기리다: 그리다
(4) ᄀᆞ지다: 가지다
(5) 후제: 후에
(6) ᄒᆞ다: 하다
(7) 일어사다: 일어나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