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지역사회 실천으로 시작해야
인성교육, 지역사회 실천으로 시작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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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의 인성이 비뚤어졌다고 말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책임감도 없고, 즉흥적·폭력적이라고 한다. 북한 김정은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남한의 중학교 2학년이라는 말까지 있다.

인성이란 사람됨이다. 인간이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심성과 행동 양식의 수준이다. 마침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을 학기당 3시간, 연간 6시간 운영하는 ‘2024년 인성교육 시행계획’을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춰보면 책에 밑줄 치고, 강아지 만지기나 하는 정도에 그칠까 걱정된다.

‘인성’과 ‘교육’이란 말에는 준엄한 의미의 질량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성이 망가진 후 인성을 바로잡는다는 건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이며, 따라서 이런 일을 하겠다면 정말 치밀한 설계와 공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과 문화적 풍토가 객토되지 않는 한, 6시간이 아니라 600시간을 한들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는 이미 메말랐고 어른들은 물질적 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남을 밟고 이겨야 성공한다는 그릇된 가치관, 불법과 비리,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도덕 불감증이야말로 어른들이 보여온 행태 아니었나. 어른들의 잘못된 심성과 행동 양식이 아이들 인성 수준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인성은 학교가 나서 잘해보자 해서 개선될 수 없다. 인성교육은 실천이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몸소 본을 보이지 않고서는 아이들은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며 교육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가정에서부터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약자를 배려하고, 남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본을 보여줘야 한다. 문화적 환경 정비도 필요하다. 유해산업들을 관련기관의 협조 하에 규제하고 선정적 광고, 미디어, 약물 등 불순한 아이템이나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 타락한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이런 운동이 줄기차게 이어져야 그나마 일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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