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휴일)
홀리데이(휴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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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대학 1학년, 내가 다닌 대학은 대구 소재 음악대학이었다. 토·일요일이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같은 학년 동급생인 학생과 종종 시간을 보냈다.

대구에는 호반다방(湖畔茶房)이 있는데 친구들 덕택에 그 장소를 알게 됐다. 세명이서 커피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흘러나오는 팝 음악이 너무나 나의 감정을 흔들어 놓았다. 나는 카운터로 가서 곡의 이름과 가수의 이름을 찾아 적었다. 곡 이름은 ‘홀리데이’, 가수는 비 지스(Bee Gees)였다.

그 후 나는 호반다방을 혼자서도 즐겨 찾았으며 그 곡을 신청해 감상을 하곤 했다. 몇 차례 더 호반 다방을 찾고 그 곡을 신청하고 감상을 하다가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 그 곡을 감상하면서 호수를 바라보는 나의 감정은 정말이지 너무나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솔직하게 나의 처지에 대해서 조금은 섭섭한 감상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야 시작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떻게 올라 온 이 자리인데, 물러 설 곳이 없었다. 나의 처지나 여건에 대한 생각 보다 이제 흘러나오는 음악 ‘홀리데이’의 음악에 매료 된 자신을 발견을 한다. 가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로 단지 선율과 음악의 흐름과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후로도 종종 이 곡을 듣는다. 내가 멀리 출장을 가게 되면 이 음악을 신청해서 감상을 하던 곡, 그래서 그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 조사했다.

Ooh, you're a holiday/Such a holiday(오! 당신은 휴일과 같은 사람이예요/휴일처럼 편안한 사람/당신은 휴일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당신은 가치 있는 소중한 사람이예요)

전편에 흐르는 곡의 분위기와 동일하게 무언가 안타깝고 절실한 일이 벌어지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곡, 가사를 해석해 본 곡의 내용이 평소에 느낌 그대로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삶의 애환과 고독감, 생의 슬픔들에 대한 생각들이 없었다면 그것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무엇이든지간에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른 채 나도 심각한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한 때는 모든 것에서 떠나서 산중에서 지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젊었을 적에의 고민이었고 갈등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자식이 태어나자 이전 삶에의 고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 앞에는 나에게 주어진 생의 많은 것들에 대한 욕구만이 있었다. 그뿐 만이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나 자신에게 이왕이면 좋게, 낳게,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를 원하고 있었고 나 자신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홀리데이’의 가사처럼 나는 소중한, 가치가 있는, 휴일과 같이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홀리데이’의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손치더라도 생은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친구나 동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직 이 세상에는 오직 나 혼자 뿐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에 해 오고 있었다. 나에게 그러한 휴식은 언제나 올까?

You’d like a holiday/Let me take you away/You‘d like a holiday/Exchange your troubles for some love/Where ever you are(휴가를 원합니다. 멀리 데려다 줄게요, 당신은 휴가를 원합니다. 당신의 고민을 사랑으로 교환하세요. 네가 어디에 있든)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간다. 나와 상대방의 고민이 유사하거나 닮은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상대방이 행하는 동작이나 행동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글을 쓰면서 나도 한때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젊음이 주는 아픈 한때에 대한 추억을 돌이켜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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