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이는
사랑없이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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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시실 벽면에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듯했다. 그 문구를 곰곰이 생각하니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고, 마티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와 라울 뒤피(Raoul Dufy)의 작품전시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다시 미술관을 찾았다. 두 사람은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를 주제로, 또는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앙리 마티스에 더 매료되었다. ‘색채의 마술사’, ‘야수파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티스는 1869년 프랑스 북부에서 태어나 1954년 세상을 떠났다. 올해는 그의 서거 70주년이며 살아있다면 155세가 되는 해이다. 그가 화가가 된 계기도 인상적이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청년이었다. 스물한 살에 맹장염 수술로 병실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그림을 그리다가 미술이 천직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다음 해에 미술학교에 입학했으니 재능을 살려 진로를 바로 바꾼 결단력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현대 미술의 개척자가 된 것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의지와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는 미술학교에서도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시도했다고 한다. ‘창의성의 또 다른 말은 용기이다.’ 라는 벽면의 문구처럼 마티스는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의 목표는 빛과 색채와 형태와 공간을 하나의 새로운 조형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화풍이나 작품이 새롭게 변화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필자도 글쓰는 것에 대해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처음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론 큰 사건이나 새로운 경험이 변화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마티스가 병실에서의 그리기가 그의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처럼 말이다. 맹장 수술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아마도 법조계의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티스는 말년에 암투병을 또 다른 변화의 계기로 만들었다. 병으로 붓 작업이 힘들게 되면 화가로서의 인생이 끝났다고 좌절할 만도 한데, 그는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아트북 형태의 ‘재즈’라는 명작을 남겼다. 자신의 질병까지도 품어 안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싶다. ‘재즈’의 작품들을 보면 색깔이 강렬하고 단순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려 붙이기 작품들은 오래 기억하게 만들고 나도 따라 오려 붙이고 싶어진다. 병실에서 늙은 노인 마티스가 가위를 들고 이리저리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모습을 떠올리니 미소가 띄어진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가 자신과 타인,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누구에게나 삶의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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