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도 통통 튀고 흥미진진한 곡 많아요"
"국악도 통통 튀고 흥미진진한 곡 많아요"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2.13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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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교악대 8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국악관현악단
최근 제주중앙여고 국악관현악단이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자 교정 앞에 섰다. 김나영 기자.

1993년 창단돼 31년 역사를 이어온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국악관현악단의 아침은 다른 친구들보다 1시간 일찍 시작된다.

개학 맞이 등굣길 음악회를 비롯, 학교 안팎으로 ‘국악’을 보급해나가고 있는 이들은 K-팝이나 클래식 등의 음악이 귀에 익숙해진 시대 속 자체 편곡 실력을 갖춘 채 국악기 연주 실력을 갈고 닦아 국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고 있다.

■ 일반계 고교 최초 정규 국악관현악단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국악관현악단은 1993년 제주도교육청이 제주에 전통음악 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5000만원을 지원하면서 1, 2학년 35명의 단원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일반계 고교에 이 같은 정규 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는 단원이 80명까지 늘어 당해 5월 제주에서 막 올린 제2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개회식 연주 무대에 올라 국악으로 애국가와 대회기 게양 등 모든 음악을 연주해냈다.

축제가 일제강점기 시작 이래 개회식에서 삼군군악대나 개최도시 연합악대가 아닌 국악관현악단이 개회식을 연 것은 80년만의 첫 시도여서 ‘체전 사상 첫 국악관현악 연주’라는 역사를 썼다.

이처럼 이 국악관현악단은 3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국악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는 제주 국악 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는 40명 단원과 함께 학교 동아리 연주를 비롯, 등굣길 음악회와 로비 음악회, 교육문화예술축제 음악회 참여 등 적극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 우정 속 피어오른 우리 악기 사랑

지난해
지난해 제주중앙여고 국악관현악단 연주 전경. 사진제공=제주중앙여고.

“국악도 통통 튀고 흥미진진한 음악이 많답니다.”

제주중앙여고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단장과 부단장, 악기별 파트장을 두고 국악기 연주에 정진하고 있다.

곡 선정은 선배 세대에서 연주해온 곡과 새 곡 등을 접목하는데, 국악관현악 편성 곡이 많지 않다보니 정통 국악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익숙한 곡을 학생들이 자체 편곡해 무대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여름 방학 기간 일주일 간 캠프를 가는데, 이때 실력이 최고조로 끌어올려진다.

2학년 단장을 맡은 강민지양(예비 3학년, 해금)은 “국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치않아 입단을 선택했다. 초등ㆍ중학교 교악대에서 서양 관악기인 호른과 트럼펫을 연주했고, 국악 현악기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활을 쓰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재밌게 연주한다”며 “단원들과 아침 일찍 모여 연습하다보니 생활 패턴이 잡혀 시간 관리를 잘하게 됐고, 단원들과 동고동락하며 대화와 인내를 배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경험은 음악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악은 딱딱하고 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닌 프론티어나 축제와 같이 톡톡 튀는 밝은 국악도 많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2학년 부단장 이예서양(예비 3학년, 타악)은 “초등학교 때 오케스트라에서 2년 간 트롬본을 연주했고 평소 음악을 자주 듣고 관심이 많아 고교 입학 때부터 음악 관련 동아리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러던 중 저희 학교에는 국악관현악단이 대표 음악 동아리여서 입단했고, 단체 생활 속 단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 등을 조율해나가면서 소통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국악을 악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몰랐고 국악 무대를 보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 배우고 연주하니 애정이 생길 수록 국악이 계속해서 지루하게 인식되면 잊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음악이랑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기존에 있던 음악을 국악으로 편곡하는 등 보다 다각화해 국악을 알린 뒤 사람들에게 가치를 알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향후 진로를 예술 관련으로 잡았다. 국악도 한국의 문화다. 한국의 콘텐츠, 드라마, 영화가 해외로 진출하는 오늘 날 국악 또한 넓게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학년 단장을 맡은 이은교양(예비 2학년, 소아쟁)은 “피아노를 7년 간 연주해왔고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자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학교에 들어오자 국악관현악단의 아침 연주가 있었는데 신기했고, 매력을 느껴 들어왔다”며 “원래 혼자 연주했지만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해 하나로 맞춰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음악 취향도 넓어졌다. 원래 국악을 잘 듣지 않았는데 입단 후 저희가 연주한 곡 중 ‘고구려의 혼’처럼 흥미진진한 음악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십명 규모의 단원들과 단체 생활하는 경험을 많이 얻었다. 다양한 의견과 차이를 맞춰갔던 경험은 향후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꿈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악기연주의 기본은 성실성

“혼자 악기를 연주하며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합주를 하면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가 다른 악기 소리와 조화롭게 섞이면서 자신을 드러낼 때와 감출 때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죠.”

성악을 전공한 고경은 지도교사는 “우리 학교 국악관현악단은 연주하는 악기가 국악기라는 것에서 타 학교 교악대와 차별성을 갖는다”며 “서양악기를 배울 수 있는 장소와 기회는 많지만 국악기의 경우 그렇지 않다 보니 국악기를 연주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 지도교사는 “단원들 또한 국악기를 처음 접해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학생들이 1년, 2년이 지나면서 악보를 능숙하게 보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사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졸업하면서 연습을 위해 다른 학생들보다 1시간 일찍 등교하다보니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몸에 배어있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말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연습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연주가 생각만큼 늘지 않아 악기 연주가 싫어지기도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조금씩 자신을 다져가는 학생들을 목격한다”며 “성실성만 있으면 누구든지 악기를 배울 수 있고 연주를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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