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vs 노름
골프 vs 노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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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노름’은 돈이나 재물을 걸고 화투·카드·주사위·골패·마작 등을 사용해 서로 내기를 하는 행위를 말하며 정도에 따라 ‘내기’ 또는 ‘도박’이라고도 한다. 통념상 내기는 일반인이 심심풀이로 음식이나 술 따위를 걸고 하는 소규모적인 것임에 반하여, 도박은 주로 돈을 걸고 전문가에 가까운 노름꾼이 벌이는 행위를 일컫는다. 노름은 어느 사회에서나 비도덕적인 일로 받아들여져, 심심풀이로 하는 일시적이고 소규모의 내기를 제외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도박행위에 대해서는 법률로 금지해 왔다.

사실 노름의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오래 되어서, 선사 이전부터 행하여 왔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미국 콜로라도계곡의 원시유적이나 아리조나주의 동굴벽화에는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로마 바실리카 유적에는 대리석에 노름을 위해 그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들이 새겨져 있다. 심지어 성경에도 제비뽑기를 하는 장면이 꽤 여러 번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맛디아를 제비뽑기로 열두 사도에 선정하는 일이다.

얼마전 설날에도 몇몇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 윷놀이나 화투를 했을 것이며, 그리고 아무리 친목도모라고 해도 소액의 돈을 걸고 했을 것이다. 이렇듯 노름은 오랜 역사 동안 우리의 일상에 뿌리깊게 녹아있는 문화이다.

그럼 노름이 왜 문제인가? 노름에는 원시적 충동이라고 할 사행심이 깔려 있어서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럼 사행심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사행심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그럼 요행은 무엇인가? 요행의 사전적 의미는 첫번째 뜻은 ‘행복을 바람’이고 두번째 뜻은 ‘뜻밖의 행운’이다.

노름에는 일정 부분 오락적인 요소가 있고 또 사실 이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기도 하다. 일상적 권태감이나 정서적 불안감에 빠져들기 쉬운 현대인은 노름을 통해서 팽팽한 긴장감을 맛보게 되어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는 면도 없지 않다.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시행하는 경마, 경륜, 경정, 정선 카지노, 복권 등도 그 이익금을 공익사업에 쓴다는 명분은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노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골프장에서도 다양한 내기가 이루어진다. 스트로크 플레이, 스킨스 게임, 뽑기, 라스베가스, 어니스트 존, 하이로 등 다양한 이름과 방식을 가진 내기 골프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가벼운 게임비, 캐디피, 식사비 내기라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거액의 돈이 오가는 골프를 하는 경우 ‘도박죄’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 제246조에서는 ‘도박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도박죄’를 처벌하는 근거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 법칙을 보호하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법률상 도박의 의미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골프가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순수한 의문이 든다. 분명히 골프는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자신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얻는 결과인데, 이러한 개인의 노력 차에 의한 점수 차이를 우연으로만 볼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내기 골프가 도박인가와 관련하여, 1심 판결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몇 년간 열띤 논쟁이 있었다. 변호사는 ‘우연성‘을 깨는 논거로 무죄를 주장했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결국 내기골프의 피고인들은 도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실 현장에서는 사회통념에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라, 골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이런 부분에서 국가나 사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되지 않을까? 설날 골프공처럼 흰 떡국을 먹으며 불현듯 든 생각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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