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개가 많은 ‘집단자살 사회’
아이보다 개가 많은 ‘집단자살 사회’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4.02.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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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으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2021년 제주 주민등록인구(676759) 14세 이하 어린이는 13.9%(94338)10년 전인 2011년 인구(576156)명 중 17.6%(101220)보다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14세 이하 비중은 전체 인구의 13.5%(699751명 중 94466)로 더 낮아졌다.

올해 도내 초등학생 수는 3만명대로 내려앉았다.

200044778명에서 2002(5770) 5만명을 넘어선 후 200452359명으로 정점을 찍은 초등학생 수가 2008(48291) 5만명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13(38235) 4만명대까지 무너졌고 올해는 지난해(4531)보다 5.3%(2157) 더 줄었다.

2022569곳이던 도내 어린이집유치원은 올해 518, 2025483, 2026455, 2027438곳으로 줄어든 후 2028년에는 428곳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려동물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도내 등록 반려동물은 202039625마리, 202148164마리, 202253029마리, 지난해 61139마리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은 개 57258마리와 고양이 3881마리로 대부분이 개다. 여기에다 등록되지 않은 개고양이까지 포함하면 전체 반려동물은 총 95304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 64.1%가 등록된 상태다.

제주 사회에 반려동물이 어린이보다 많은 셈이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25.4%)이 반려동물을 사육한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반려동물용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가 유아용 유모차보다 많이 팔렸다.

반려동물 사육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논란을 빚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는 결혼육아 파업이란 따가운 시선까지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마저 2022년 연초 미사를 집전하며 아이 대신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부성 및 모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인간성을 빼앗는 것이라며 문명이 인간성 부재와 함께 흘러간다면 국가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것은 결국 우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얼마 전 한 여성이 내 아기를 축복해 주세요라며 가방에서 작은 개를 꺼내자 많은 어린이가 굶주리는데 내게 작은 개를 가져왔느냐며 나무랐다고 한다.

교황의 발언은 즉각 비판받았다. 이탈리아 국제동물보호기구는 교황의 발언은 동물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우리 사랑을 이런 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비정상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제주 0.92)을 놓고 흑사병에 비교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세계 1호 인구 소멸국가가 될 것이란 세계적인 인구학자의 경고도 들린다. 2017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한국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로 규정했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4분기 통계는 0.6명대임이 확실시된다.

저출산 심화는 한국이 한 세대 후에 정상 국가로 존립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던 스파르타가 무너진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인구 소멸이란 내부의 적 때문이었다는 역사적 교훈도 소환된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대책만 쏟아진다. 2007년 대선 당시 황당 공약으로 꼽혔던 허경영 후보의 결혼 1억원, 출산 1인당 5000만원, 자녀 10살까지 월 100만원 육아수당 지급이 정책 트렌드로 자리 잡을 판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7년간 저출산 해결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만 30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현금성 지원은 결코 솔루션이 될 수 없다.

이젠 정책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단계는 지났고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단의 조치를 넘어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저출산 해결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국민의 일꾼을 뽑는 총선을 계기로 인구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총선 후보들이 어떤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지가 유권자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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