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0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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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논설위원

올해 1월에 들어서 제주도내 일부 언론에서 두 건의 기사를 봤다. 감동적인 내용이다. 하나는 ‘상가리 이장 이·취임식 개최’였고 다른 하나는 ‘한명용 함덕리장의 부고’였다.

제주시 애월읍 관내 상가리는 330여 가구에 7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에 서학당(西學堂)이 설치돼 유생들에게 경전과 시문을 교육했고 후세에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해 ‘문인의 마을 (선비마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주요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이·취임식은 자주 봤으나 이장 이·취임식 광경은 이채롭게 느껴졌다. 상가리 이장 이·취임식에는 출신 국회의원, 도의원, 관내 단체의장,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임한 강동현 이장은 “상가리의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장은 행정조직상 끝이지만 이렇게 지역사회 모두가 존경하고 축하하는 일은 본보기로 삼을 일이다.

또하나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이장님께서 별세하시자 지역사회 각계 인사 30여 명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영결식을 거행했다. 조천읍 함덕리는 3400여 세대에 7300여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함덕(咸德 )은 ‘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라 전해진다. 이 뜻속에는 평등·평화·박애·번영의 의미를 함축한다.

함덕하면 먼저 함덕해수욕장이 떠오른다. 매년 수 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곳으로 수심이 얕은 모래판이 해안에서 500m나 바다쪽으로 나가고 물이 참 맑아서 에메랄드 빛을 발한다.

이장·이사무소

제주도내 172개 이 단위에 이장을 두고 있다. 이장의 임기는 마을 규약에 따라 2년 또는 3년이다. 마을 자체에서 선출하면 읍·면장이 임명한다. 이장의 주요임무는 정한 ‘사무분장’은 없으나 ▲주민 간 화합 및 이해조정 ▲주민의 편의증진 ▲정부시책 홍보 ▲이단위 통계작성 ▲주민의 각종 민원 해소 ▲지역특산물판로개척 등이다.

타관에서 지내는 필자도 고향에 일이 있을 때마다 향리 이장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다. 서울제주도민의 날 또는 향우회 행사에 읍 이장단을 초청해 노고에 보답하기도 한다. 이(里) 사무소에는 이장과 사무장이 있다. 이장에게는 기본수당에 교통보조금 및 상여금을, 사무장에게는 교통보조금, 상여금이 지급되고 이 사무소 운영비(행정장비·회의비·공공요금 등)를 지원하고 있는데 마을 인구수에 따라 다르다한다.

이장의 사명

정부시책은 읍·면을 통해 이장에게 전달된다. 이장은 이를 주민들에게 알린다.

이장의 역량과 노력에 의해서 마을의 모든 통계와 업무가 읍·면에서 합산되고 그것이 절차를 거쳐 중앙부처에 보고된다. 특히 농업통계는 중요하다. 임기 3년을 마친 향리 친지는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보람과 애로를 이렇게 전했다. 보람은 마을 사람들이 불편한 일(민원)을 읍이나 농협 등유관단체에 건의해 해결이 되었을 때이며 애로는 주민요구(예: 건축관련)가 당국에서 규정에 저촉돼 불가능으로 판단되었을 때 였다고 회상한다. 이장을 하면서 농장에 나갔을 때도 연락이 오면 이사무소로 달려가야 할 경우가 많았다. 읍에서 주관하는 이장단회의에서 타 지역의 수범사례를 들을수 있었고 주요사업과 도정 시책을 파악할 수 있어 개인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이장은 행정의 시발점이요 종착지다. 이장을 격려하고 그들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는 일은 향리를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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