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기암 꼭대기서 자라는 소나무…해상 분재 바위 눈길
바다 위 기암 꼭대기서 자라는 소나무…해상 분재 바위 눈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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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 같이 생긴 장중하면서 아기자기한 섬 연도(鳶島) - 3
당포 해안에 있는 해상분재 바위는 거대한 분재 같다.
당포 해안에 있는 해상분재 바위는 거대한 분재 같다.

# 해안길서 만나는 기암괴석·해식동굴 장관

여수는 돌산읍과 화양면 사이에 가막만이 마치 호수 같은 바다가 형성됐고,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대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 아래쪽에 바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금오지구가 있다. 다도해 맨 끝 섬이 연도다. 섬에 양식장이 없어서 그런지 해안 어디나 청정해역이다. 연도주민들도 이웃 안도나 금오도처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청정해역을 앞세워 연도 남부길, 덕포 명품마을 마실길을 마련했다. 해안을 걷다 보면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은 장관이다.

1시간을 걸었으나 그사이 차가 겨우 1대가 지나갔다. 다른 섬 같으면 양식장 화물차며 관광객들 차들이 시끄럽게 지나쳤을 텐데 그래서 조용히 걸으며 생각하기에 참 좋은 섬이 연도인 것 같다. 얼마나 걸었을까. 태양열 발전단지가 있는 당포 해안에 기이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마치 수석 같은 기암이다. 바위꼭대기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이다. 마을에선 ‘해상분재 바위’라 이름을 붙였다. 그 너머에도 거대한 기암절벽이 눈길을 끌지만 너무 멀리 돌아와 다시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발품 팔아 온 보람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고개를 넘어서자 역포마을이다. 취북산 중턱에 아기자기 모여있는 마을은 그림 같다. 마을 골목길로 들어서자 한 주민이 그물 손질하고 있다. “어디서 왔소. 구경 왔는가요”, “예. 제주도에서 연도 구경 왔습니다”, “참 멀리서 왔소. 이 섬에도 제주도 해녀가 많이 왔었는디. 지금은 없을 거요. 아니 이 섬으로 시집온 제주댁이 몇 있지요. 지금 살아있는지 모르겠구먼. 여기는 크게 볼 것은 없소”

좁은 골목길 돌다 보니 작은 텃밭에 심어있는 무와 배추가 엄청 크게 자랐다. 또 고추밭이 아직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 토질이 좋은 것 같다. 골목을 빠져나가자 선착장이다. 옛 선착장 너머로 크게 확장한 역포 선착장이다.

여수와 도항선이 다니는 역포항과 마을.
여수와 도항선이 다니는 역포항과 마을.

# 주민 안녕·풍년·풍어을 기원하던 역포리제당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두 노인이 양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혹시 이 동네에 당이 있습니까”, “어디서 왔소. 당은 찾아서 뭐 할라고 그라요”, “제주도에서 왔는데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어서요”, “제주도요. 이 사람과 우리 처가 집이 제주도요. 반갑소. 당은 취북산 중턱에 있고, 저 안길로 곧장 올라가 맨 끝집 뒤에 당있소. 찾기 쉬울 거요”

좁은 골목을 몇 구비 돌아서자 한 노인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그물 손질하고 있다. “당이 어디냐”고 묻자 바쁜지 곧장 올라가란다.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가자 큰 우물과 너머에 헐그러진 문안에 숲이 잘 정돈되고 집 두 채가 보인다. 여기가 역포리 제당이다. 돌로 곱게 쌓은 두 채의 당집에선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주민의 안녕과 풍년·풍어를 축원하는 제를 지냈으나 최근에는 조금씩 시들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마을 안을 기웃거리다 보니 배가 들어올 시간이 됐다. 뱃머리에 마을버스가 들어오고 조금 있으니 한두 사람씩 모이더니 조용하던 뱃머리가 소란스럽다. 지팡이 짚은 할머니, 손수레를 끌고 온 할머니. 마을버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뭐하러 나왔소” “여수 사는 큰딸이 배편에 뭘 보냈다고 전화와 물건 받으러” “성님은 딸들이 매번 선물사서 보내주니 좋컷소. 우리 아들놈은 지 아쉬울 때나 전화하지 연락도 안해. 딸이 있어야지” 마을버스안은 순식간에 자식들 자랑과 욕이 교차 되면서 시끌버끌하다. “저 성님은 걷기도 힘든디 뭘 하러 나왔다요. 배가 들어올 시간엔 꼭 나오는디” “심심허니 배에 누가 오는가 보러오는 것이제” 여수-연도를 오가는 금오고속 페리가 들어온다. 우르르 손님이 내리고 차가 내리고, 다시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타자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다음 기항지를 향해 힘차게 달린다.

끝에서 끝을 걸어온 연도,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깨끗한 다도해 끝 섬이 아름답다.

섬 사진가 박근세씨
섬 사진가 박근세씨

섬에서 만난 사람 – 섬 사진가 박근세씨

■ 섬 사진만 고집하여 40년동안 촬영했다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 여수에 섬이 365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섬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섬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슬픔이 빨리 기록해야겠다는 시급함을 느껴 사진에 담기 시작했지요

■ 그럼 여수지역 섬들만 기록하나요.

- 처음에는 전국 섬 3분의 2 정도 찾아다니다 몇 년 전부터 여수지역 섬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 섬에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 1981년 명승7호인 백도에 갔다가 태풍을 만나 일주일 간 고립됐었는데 그 때 위험도 했지만 섬에 신비를 느끼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 때 섬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 앞으로 얼마 동안 섬 사진 작업을 하실 건가요.

- 시작은 마음대로 했지만 끝은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외경으로 시작해 이젠 섬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 문화까지도 기록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섬에 가면 어떤 생각이 나는지요.

-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저는 사진가이지만 향토지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 인문학적인 관점에 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그 섬에 역사와 문화까지도 알아야되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그동안 섬에서 만난 분들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작품집을 만들 예정입니다.

기대 하겠습니다. 일행들이 기다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아쉽군요.

매년 정월보름 제를 올리는 역포리 제당.
매년 정월보름 제를 올리는 역포리 제당.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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