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희망의 몽골어 거~치(ГООЧ)의 거친오롬
기대·희망의 몽골어 거~치(ГООЧ)의 거친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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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거친오롬

제주에서 거친오롬이라 불리는 곳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구좌읍 송당리 산 84-2번지와 덕천리 산1번지에 걸쳐 있는 거친오롬과 명림로 상에 있는 거친오롬이다. 명림로는 제주~표선 간 번영로와 구좌 평대~제1횡단(5·16)도로가 만나는 비자림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상에 유명한 곳은 절물오롬·민오롬도 있지만 또 하나는 거친오롬일 것이다.

그러나 ‘거친오롬’은 제주4·3평화공원의 뒷산이고, 제주시노루생태공원이 여기에 있을 뿐 거친오롬은 없다. 그래서 처음으로 거친오롬을 찾는 이들은 헤메고 다녀도 거친오롬 찾기가 쉽지 않다. 명림로 상의 거친오롬은 제주시 봉개동 산 66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오롬의 해발 높이는 618.5m, 비고 154m, 둘레 3321m, 면적은 49만3952㎡이다.

제주시 59개 오롬 중 거친오롬의 순수한 산 높이(비고)는 어승생(350m), 족은드레(279m), 남짓은오롬(167m)에 이은 네 번째 높이다. 면적으로는 어승생·고냉이술·족은드레·흙붉은오롬· 검은오롬·남짓은오롬·물장오리·개오리·민오롬에 이어 열 번째이다. 이렇게 볼 때, 거친오롬은 높이로나 면적으로나 덩치로나 꽤 큰 오롬인 것을 알 수 있다.

거친오롬의 지경은 해안에 가까운 오롬, 해안에서 좀 떨어진 오롬, 중산간오롬, 중산간 위의 오롬, 한라산맥에 접한(한라산국립공원 내) 오롬 등으로 나눈다면 중산간 위에 있는 오롬이다. 거친오롬의 인근 북쪽(바다 쪽)은 큰노리손이·족은노리손이·안세미·밧세미 등이 있다. 동쪽은 민오롬·큰지그리·절물(큰대나·족은대나)오롬이 있으며, 남쪽은 큰개오리·샛개오리·족은개오리 등이 있다. 또한, 서쪽으로는 한라산 북쪽의 초원지대이다.

거친오롬 탐방은 제주시 노루생태공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에는 주차장·화장실 등이 잘 되어 있다. 성산읍 수산리 4711번지에는 궁대오롬이 있다. 여기는 제주자연생태공원으로 국가지정 문화재관리단체(사단법인조류보호협회)가 천연기념물 야생조류보호센타가 있다. 이곳에도 노루사양장이 있으니 제주도에 노루생태원은 두 곳인 셈이다. 거친오롬은 두 개의 철문을 지나, 쭉 뻗은 나무들을 따라서 왼쪽으로 가면 오롬으로 나가는 둘레길에 이른다.

탐방로는 야자매트·목재기둥·로프·계단 등 시설이 잘되어 있고 두 개의 휴게소를 지난다. 서쪽으로 바라보면 드넓은 억새밭과 은빛 억새 초원 너머 한라산이 절경이다. 조금 더 가면 표지판 보인다. 뒤쪽은 주차장, 직진은 오롬 정상, 서쪽은 숫르편백숲길이다. 조금 더 가면 ‘거친오롬관찰로 오롬정상 왕복(1㎞)’라 쓰여서 정상까지 가보도록 마음을 설레게 한다.

거친오롬의 명칭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이조시대 이원조목사(1841~1843:헌종 9년)는 처음으로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에서 제주오롬을 등기하며 이 오롬을 ‘황악(荒岳)’이라 기술한다. 황악(荒岳)은 거친오롬의 차자표기(외국어를 소리 나는 데로 표기하는 법)이다. 오늘날도 여전히 거친오롬이라 부르며, 오롬이 각종 나무로 우거져 있어서 거칠다.

‘제주의 오롬’은 제주도가 1997년 12월에 출판한 책으로 ‘산체가 크고 산세가 험한데서 거친오름이라 불리며 북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오롬 남쪽 기슭에는 이 오름에 딸려 있는 자그마한 진물 굼부리가 딸려있고, 오름 전사 면에는 낙엽수가 주종을 이루면서 해송, 상록활엽수가 드문드문 혼재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김종철은 1919년 출판된 ‘오롬 나그네’에서 ‘몸집이 크고 산세가 험한 데다 숲이 어수선히 우거져 거칠게 보인 데서 거친오롬이라고 불리며, 한자 이름도 황악(荒岳), 거친악(巨體岳), 거친악(巨親岳)이라고 하는데 이는 ‘거친’을 소리 나는 대로 한자음을 빌려 적은 것이다.’라 한다. 또한 김승태의 ‘제주의 오롬 368’에서도 같은 뜻으로 적고 있다.

황악이 ‘거친오롬’의 차차기표기라는 말은 거의 같으나 “제주오롬 어디에도 이만큼 거칠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면 고려시대에는 어떻게 불렸을까? 몽골어를 찾아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거~치(ГООЧ)’는 몽골어 명사로 ‘기대, 희망’이라는 말이며, 형용사로는 ‘사치를 부르는, 맵시를 내는, 놀리는’이라는 뜻이다. ‘거~치’는 몽골에서 온 말이었다.

700년 전 몽골인 1400명이 제주에 이민 온다. 이들은 오롬에 올라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아! 여기가 ‘낙토(樂土)’로구나!” 그리고, 마소를 목양할 기대(희망)에 찼을 것이다. 또한, 한라산 풍광(맵시)에 놀라워 “여기가 소동고스(무지개의 나라)다!”라는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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