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년대 동국여지승람’ 평가받는 지리지 중 제주편
‘팔십년대 동국여지승람’ 평가받는 지리지 중 제주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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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견-제주도(뿌리깊은나무 1989)
‘한국의 발견-제주도’(뿌리깊은나무 1989) 표지.
‘한국의 발견-제주도’(뿌리깊은나무 1989) 표지.

우리 같은 헌책방에 입수되는 책들 가운데 여러 권이 한 세트인 전집류는 계륵인 경우가 많다. 지난 1970~80년대에 유행하던 할부 전용(?) 전집류는 말할 것도 없고, 괜찮은 책이더라도 권수가 많다보면 개중에 빠진 책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가 빠진 시리즈물이 모두 인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전집 풀세트는 가격대가 높아서 사기 힘들지만 낙질인 경우 낱권 구매가 가능하니 꼭 필요한 책만 구입하고 싶은 독자들에겐 외려 그런 상황을 만나는 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건 독자들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책은 물론이고 우리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관심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그런 책을 만나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모시고 온다.

아무래도 서울 같은 대처에 있는 책방보다 섬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두루뭉술하게 모여 사는 큰 도시보다는 ‘우리’라는 특별함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 지역적인 남다름 때문이다. 이는 이곳에 사는 주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엊그제 상경 길에 만났던 그런 책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바로 1983년 뿌리깊은나무에서 발간한 ‘한국의 발견-제주도’(1989 일곱째판)이다. 첫 출간 당시 언론으로부터 ‘한국의 자연 환경과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하려고 한 최초의 시도’(동아) ‘팔십년대의 동국여지승람’(조선) ‘인간주의적 국토론’(경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종합 인문 지리지(전11권) 중 한 권인 제주도편이다.

‘한국의 발견-제주도’ 제주도의 사람 부분(글 송상일 사진 노먼 시블리).
‘한국의 발견-제주도’ 제주도의 사람 부분(글 송상일 사진 노먼 시블리).

각 지방의 자연과 역사, 경제와 문화를 다루는 총론과 그 지방 행정구역 단위의 내력과 문물을 다룬 각론으로 구성된 다른 시·도편과는 달리 이 책은 많은 정보의 양에 비해 행정구역이 단순하고 인구가 적은 제주도인 만큼 총론만으로 이루어진 게 특징이다.

머릿글에서 먼저 각 부문에서 제주도의 본질과 특색을 가장 곧은 길로 파고드는 ‘질문’ 스무 가지를 작성하고 ‘어느 지방이거나 그곳을 세계의 중심으로 삼아 그 지방의 문물을 그 지방 땅과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다루려는’ ‘한국의 발견’의 편집 방침을 반영했기에 집필진 열여덟 사람 가운데 열여섯 분의 고향이 제주도라 밝히고 이들이 외지인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제주의 문물과 속사정 같은 ‘어려운 설명’을 거뜬히 잘 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흔한 관광 안내서를 통해 축적된 ‘관념의 틀’에서 못 벗어난 사람들에게 상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독특한 제주도의 얼굴을 알리는 한편 그 다양하고 독특한 얼굴들이 ‘누구의 손으로, 어떤 까닭으로 빚어져’ 오늘에 이르렀는지 느끼게 해서 제주도를 알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나 ‘한 번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한 기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표시도 1856년에 나온 목판본 ‘춘향전’에서 따온 부호로 끝맺을 만큼 우리 것에 충실코자했던 이 책 맨 끝에 실린 “더 알고 친해질수록 ‘나’의 ‘나됨’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땅과 ‘나’의 관계를 더 튼튼히 다지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던 한창기 발행-편집인의 소원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금이 아닌가 싶다. 나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늘 설레는 책이다.

‘한국의 발견-제주도’에 실린 대동여지도 중 제주도 부분.
‘한국의 발견-제주도’에 실린 대동여지도 중 제주도 부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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