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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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논설위원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가정은 건강한 사회의 근간(根幹)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건전한 삶을 살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결혼하는 것은 순리이며, 결혼과 함께 선물처럼 주어지는 아기의 탄생은 온 가족의 축복이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으려는 비중이 너무 높고 설령 결혼한다 해도 자녀 계획이 없는 신혼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니 우려가 많이 된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 학생 수가 사상 최초로 3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는 2016년 대비 거의 5만명 정도 급감한 수치라고 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부담 요소로 주택 구매 부담과 교육 부담이라는 이유도 크다고 하지만, 대내외적인 환경적 요인도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에 관해 최근 결혼 적령기 자녀들을 둔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분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장기에 여러 학원에 다니며 학창 시절을 보낸 그분의 자녀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절대로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변에서 학원에 보내지 않는 자녀들이 거의 없고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떨어질까 봐 학원에 보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학교가 끝나면 늦게까지 여러 개의 학원에 다녀야 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시간이 없어서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받았다고 한다. 

꿈과 희망으로 태양처럼 빛나고 행복해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입시지옥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강제교육에 내몰리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아동·청소년 삶의 질에서 한국 어린이 행복 지수는 OECD 22개국 중 22위로 꼴찌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한 경쟁에 빠져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경험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행복이 아닌 스트레스의 연속인 부정적인 기억을 형성하게 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내 자녀가 자라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과도한 경쟁체제와 더불어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과 자녀를 키우면서 포기해야 하는 삶의 도전과제들이 청년 세대들에게 자녀를 키울 자신감을 더욱 주눅 들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할 줄 아는 자존감을 높이는 바람직한 교육관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너새니얼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자존감은 자기 삶에서 부딪히는 도전들에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신이 행복을 누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음을 갖는 내적 성향이라고 했다. 그는 자존감이 낮으면 어려움을 겪을 때 두려움과 우울함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크지만, 자존감이 높으면 어려움에 부닥쳐도 심리적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어 금방 행복감을 되찾고 남들과 비교하거나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신체 면역력이 높을수록 질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 듯 정신적인 면역력이 강화되는 자존감을 높이는 가치의 교육은 고난이나 역경이 와도 회복력을 높게 할 것이다.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자존감이 높을 것이고 자기 삶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어 대한민국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함께 노력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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