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추도비 철거 군마현에 吳 “기만했다” 반발
조선인 추도비 철거 군마현에 吳 “기만했다” 반발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4.02.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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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사, 군마현지사·참의원 만나 우려 표명했지만
군마현, 결국 현립공원 ‘군마의 숲’ 내 추도비 철거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 한일협력위원회 일본 이사장과 면담을 갖고 강제 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 한일협력위원회 일본 이사장과 면담을 갖고 강제 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철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제주도 제공

‘강제 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이하 추도비)를 산산조각 낸 일본 군마현에 대해 ‘지방외교’ 차원에서 철거를 막으려 노력했던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반발했다.

일본 군마현은 지난달 29일부터 다카사키시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조성된 추도비를 철거하고 있다.

해당 추도비는 현지 시민단체의 노력 끝에 2004년 군마의 숲에 세워졌다. 추도비에는 일본이 조선인에 대해 입힌 손해와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진심어린 반성과 새로운 상호 이해 및 우호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영훈 지사는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 및 관서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의 신년 인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던 중인 지난달 26일 군마현을 찾아가 양 지역 간 실무교류 협의서를 체결하면서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에게 추도비 철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오 지사는 야마모토 군마현지사에게 “추도비 철거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관심이 높다”며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무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같은 날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전 총리의 장남이자 일본 외무대신(장관)을 역임했던 13선 참의원인 나카소네 히로후미 한일협력위원회 일본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오 지사는 추도비 철거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오 지사는 “일방적으로 철거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혜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일본 전역에 추도비와 비슷한 시설물이 150여개 설치돼 있다. 군마현의 철거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면 한일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나카소네 이사장은 “군마현과 시민단체가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주도의 노력에도 결국 군마현이 추도비를 철거하자 오 지사는 “우리를 기만했다”며 반발했다.

오 지사는 1일 출입기자단 차담회 과정에서 “군마현지사에게 철거 문제를 전향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카소네 위원장에게도 문제를 제기했다. 어쨌든 시민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향후 한일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도 들었다”며 “(군마현의 추도비 철거는) 우리를 기만한 것이다. 이후에 실무교류 협의를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지, 아니면 유보할 지의 판단은 제 몫”이라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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