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과 오십견, 그리고 우분투
지천명과 오십견, 그리고 우분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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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오라동 사평새마을 작은도서관 회장·문학박사·논설위원

100세 시대다. 이제 인생의 반 정도를 살았다. 50세를 흔히 ‘지천명’이라고 한다. ‘지천명’이란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50세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하여 50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천명이란,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리키는 유교의 정치사상을 말한다.

천명을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항상 자신을 돌보고, 사회 안에서는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라고 가르쳤다. 어른이 되면서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고, 할 줄 아는 일을 찾아서 하며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정도의 여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타인과 적절하게 어울릴 줄도 아는 삶도 중요하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관계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세상 모든 이들의 생각과 내 생각도 다 맞지도 않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던 이들과 어떻게 영글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늘 깊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의 반절을 살아보니 굳이 뭐, 나와 맞지 않은 이들과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눔과 배려를 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오십이라는 나이에 또 하나 자주 접하는 단어는 ‘오십견’이다. 몇 주 전부터 왼쪽 어깨가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말끔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의사는 어깨 뼈 사이에 석회가 조금 생겨 통증이 생긴 것이라는데,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내내 모니터 앞에서 글을 쓰는 게 직업인 내가 무리할 일이란 글을 아주 많이 쓰는 거 말고는 딱히 없다. 어찌 되었든 어깨 통증이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더니 대뜸 ‘오십견’이라는 단어를 내게 던진다. 당황했다. 내 마음은 아직 ‘오십’이라는 숫자에 다가가지 않았는데, 몸이 ‘오십’이란다. 천명을 알기 전에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지천명’과 ‘오십견’이란 단어 앞에서 지금 내가 갖추어야 할 내면과 외면의 무엇인지 생각했다. 내면적으로는 선한 영향력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봉사에서 만난 선생님을 통해 작년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하고 있다. 나의 작은 힘이 누군가에게 웃을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나를 움직이는 힘에는 자존감도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사람들과의 ‘관계의 힘’이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 이제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가 떠오른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와 헌신을 중시하는 아프리카 전통 윤리 사상인 ‘우분투’는 타인과 내가 결국 얽혀있다는 유대감을 의미한다.

나와 네가 모이면 결국 ‘우리’다. ‘함께’이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비심,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아는 관용과 배려, 이 시대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 아닐까? 적어도 지천명을 아는 숫자를 넘겼다면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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