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연상케 하는 기묘한 바위와 100년 넘은 소리도 등대 눈길
박물관 연상케 하는 기묘한 바위와 100년 넘은 소리도 등대 눈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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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 같이 생긴 장중하면서 아기자기한 섬 연도(鳶島) - 2
연도는 바위박물관이라 할 만큼 기묘한 바위들이 있다.
연도는 바위박물관이라 할 만큼 기묘한 바위들이 있다.

# 남해 선박들의 길잡이 소리도 등대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걸어서 하는 독서’란 말이 있다. 새로운 섬에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것은 마치 처음 찾는 이 섬에 무엇인가 있을 것만 같은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가끔은 푹석 주저앉을 정도로 녹초가 되기도 한다.

100년이 넘은 ‘소리도 등대’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껏 다닌 여러 섬에 있는 등대를 찾을 때마다 별별 상상하며 찾아갔었다. 앞이 훤히 트이며 소리도 등대가 눈 앞에 들어온다. 연도 남쪽 맨 끝자락 절벽에 서 있는 소리도 등대, 멀리 남해 바다가 시원히 트이는 곳에 설치된 이 등대는 1910년 10월 4일 첫 불을 밝혔다. 망망대해 먼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여수로 돌아올 때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뱃길의 요충지이다. 여수·광양항 출입 선박이나, 서해안에서 부산 쪽으로 운항하는 선박들의 주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스물한 번째로 등대가 설치돼 거문도 등대와 함께 인근 40㎞까지 빛을 밝혀 남해를 오가는 선박들의 중요한 길잡이 구실을 해오고 있는 등대다.

등대에서 해안으로 내려다보니 바위가 길게 뻗어있다. 해안경관지로 유명한 소룡단이다. 이 섬 남단에 용의 모습을 한 소룡단과 대룡단이 있다. 대룡단은 용의 머리 부분으로 바다를 향하고 있고, 꼬리 부분인 소룡단은 바다에 꼬리를 담근 형상이란다. 숲이 우거져 지금은 형상을 느낄 수 없지만 몸통 부분은 소리도 등대가 있는 곳이 중심을 이룬다. 길게 뻗은 소룡단 부근에 어선들이 풍랑을 피해 정박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룡단을 내려가고 싶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이 6㎞라 아쉽지만 돌아섰다.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다 시야가 트인 곳에 서니 멀리 손죽도, 소거문도, 평도, 광도가 아련히 보인다. 덕포마을 몽돌 해안 바위들이 장관이다. 동내 노인에게 “연도에서 가볼만한 곳이 어딥니까”물었더니 “연도는 걸어서는 별로 볼 것이 없고, 배 타고 나가야 동굴도 보고 그라제 크게 자랑할 것이 없어” 천천히 걷다보니 연도선착장이 훤히 보이는 언덕에 섰다. 선착장이 참 아름답다. 드론을 띄워 보니 멀리 안도, 그 너머 금오열도가 길게 늘어섰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한 눈에 보인다.

섬 중앙에 있는 연도마을에는 모든 행정기관과 학교가 있다. 깊숙한 만안에 있는 연도항은 천혜의 항구다.
섬 중앙에 있는 연도마을에는 모든 행정기관과 학교가 있다. 깊숙한 만안에 있는 연도항은 천혜의 항구다.

# 여러가지 전설을 간직한 섬

연도의 중심마을에서 한 주민에게 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섬 주민 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데 남쪽 해안을 제외하면 경사가 급하지 않아 농경지로 이용해 쌀·보리·고구마·콩 등을 생산하고, 근해에선 멸치·가자미·쥐치·도미·전어·문어 등이 많이 잡히지요. 특산물로는 돌김, 돌미역, 톳, 천초등이 있고, 섬 주변은 여수권에서는 최고의 바다 낚시터로 알려져 사철 낚시꾼들이 몰리지라”

“혹시 전설은 없나요”, “전설일지 모르지만 보물섬 이야기가 있지요. 1627년 네덜란드 상선이 일본에서 각종 화물과 황금을 싣고 인도네시아 식민지로 가던 중 해적선에 쫓겨 이들은 보물을 연도의 솔팽이 동굴에 숨겨두고 해적선을 피해 본국으로 돌아간 다음 성경책에 표시해뒀다고 합니다. 1972년 네덜란드인 3세가 한국의 미군 부대 카투사에 근무하면서 보물 지도를 꺼내놓았다가 함께 근무하던 연도 출신 손 모씨가 이 정보를 듣게 됐답니다. 지도에 소지도(SOJIDO)로 표시돼 있었는데 손씨는 제대후 동굴탐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보물은 찾지 못하고 있고 그러나 지금도 보물이 숨겨졌다고 믿고 있답니다”

이밖에 연도에 보물과 관련된 전설이 또 있다. 왕건이 고려 건국하는데 공신인 순천의 호족 박영규가 해상무역을 독점하면서 소리도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했는데 그 당시 엄청난 순금을 소리도에 숨겨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 하나는 해방 전에 일본인이 인근 금광에서 캔 노다지를 일본으로 싣고 가려다 조선이 해방되자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 하고 소리도 어느 동굴에 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동방 삼신산을 찾아 떠났던 서불이 제주도를 거쳐 여수의 연도와 월호도 두 곳을 찾아 다녀갔다는 전설이다. 연도 필봉산에 도착해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두 명의 장수를 잃고 말았다. 서불 일행은 두 장수의 장례를 치른 다음 까랑포 해안 절벽 바위에 붉은 색깔로 ‘서불과차’라 새겨놓고 떠났고, 주민들은 진시황의 장군이 죽어 이곳에 묻혔다는 터를 장군묘라 부르고 있다. - 이재연 ‘한국의 섬’

이야기를 듣고 혹시 장군묘나 까랑포에 흔적을 찾아볼 것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전해오는 전설이지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단다.

섬 곳곳에 대규모 태양열 발전시설이 돼 있고 밭에는 11월인데 고추밭에 하얀 꽃이 피고 풋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자라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이미 수확 끝난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풋고추가 열려 있어 놀랍다. 섬 길은 언제 걸어도 조용하고 정겹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100년이 넘은 소리도 등대는 전국에서 21번째 설치됐다.
100년이 넘은 소리도 등대는 전국에서 21번째 설치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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