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제주의 대학교에 ‘해녀학과’를 신설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대학교에 ‘해녀학과’를 신설해야 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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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논설위원

과거 전통 맥주를 만드는 주조사(酒造士)의 눈으로 본다면 맥주는 대맥을 발아시켜 맥아를 만들고 그 맥아를 갈아 물과 함께 발효시키면 되는 단순한 것이겠지만, 현재 독일 맥주는 국가적 차원의 산업이며 이를 더 발전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한 예로 세계 100대 대학 안에 꼽히는 독일의 뮌헨공과대학과 베를린공과대학에  신설한 ‘맥주제조학과’를 들 수 있다. 이 학과는 세포생물학, 미생물학, 유전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열역학, 유체역학, 물리학, 기계학, 기계도면 및 설비,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기분석 등 공과대학에서 배우는 과목뿐만 아니라 경제학, 회계학, 재무관리 등 경영대학 과목까지 이수해야 하는 아주 힘든 과정이다. 맥주제조학과를 졸업한 이들은 맥주제조회사는 물론 세계 굴지의 식음료회사나 제약회사 연구소에 취업을 한다.

제주 해녀는 전통이 현대사회와 공존하며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다. 자랑스럽게도 제주 해녀는 2015년 우리나라 첫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됐으며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그동안 제주 해녀는 2015년 4377명에서 2022년 3226명으로 35% 감소하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제주 해녀에게 “해녀라는 직업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한결같이 “아니오”이다. 고된 노동인 ‘물질’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고된 노동의 대가 치고는 턱없이 적은 수입의 해녀일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하지만 고령화되고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의 보존을 위해서 새로운 세대의 해녀 육성은 불가피하다. 과거 돌담 뒤에 장작을 피우며 옷을 갈아입던 불턱이 냉온수가 콸콸 나오는 해녀탈의장으로 탈바꿈했고 무명으로 만든 소중기가 네오프렌 재질의 고무옷으로 진화했듯이, 이제 더 나아가 새로운 신세대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녀로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대학교에 ‘해녀학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근래에 각 대학에 네일아트, 애견미용, 장례지도, 웹툰, 유튜버 등 과거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분야의 학과가 생겼다. 신종 직업이 신규 학과를 만들었고 학과가 생김으로써 그 분야에 학문적 체계가 확립되고 그 직업에 대한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해녀학과’의 커리큘럼은 앞서 독일의 ‘맥주제조학과’의 사례처럼 단지 해녀 물질만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해녀 물질은 물론 해양과학, 해양자원, 해양생물, 생태환경, 잠수생리, 해녀의 문화와 역사, 관광통역, 관광경영 등 해녀 문화 전반에 관련된 학문을 배운다. 그리고 그들의 진로도 꼭 해녀로만 한정 짓지 않고 적성에 맞게 몇몇은 해녀로 몇몇은 해양 관련 기업의 연구원이나 국가 공무원이 된다면 이야말로 지역 특성화 학과의 효시가 되지 않을까?

요즘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 모집이 어려운 시기에 ‘해녀학과’가 신설된다면 전국의 지원자가 몰려들 것이며 졸업과 동시에 해녀 전수자도 생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글을 읽고 궁금하신 대학교 관계자분께서는 뉴제주일보를 통해 제게 전화 부탁드린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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