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팥배나무 등 잡목림 구성, 단풍길로도 손색 없어
삼나무·팥배나무 등 잡목림 구성, 단풍길로도 손색 없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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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한라산둘레길 2구간 돌오름길(1)
도합 8㎞ 구간으로 약 2시간30분 소요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돌오름
서쪽 능선 기암괴석 분포, 나무와 멋진 풍광 연출
냇가에 깔려 있는 조면현무암 눈길
돌오름길.
돌오름길.

■ 돌오름을 축으로 1100도로까지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1구간 천아숲길이 끝나면 바로 제2구간 돌오름길이 시작된다. 사실 1100도로 입구 18임반에서 보림농장 삼거리 구간 1.6㎞는 지금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단풍길로 효도관광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정작 한라산 둘레길에는 포함되지 않고, 보림농장 세거리에서 돌오름 입구까지 2.2㎞와 다시 남쪽으로 5.8㎞ 떨어져 있는 거린사슴오름 옆까지 도합 8㎞의 구간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돌오름길은 비교적 평탄한 길로 삼나무와 서어나무를 주종으로 하는 잡목림으로 구성 되어 있다. 과거 목장이나 표고재배장으로 이어졌던 이 길에는 색달천 지류가 여러 군데 나타나 휴식 터가 된다. 단풍나무는 물론 색이 곱게 물드는 사람주나무, 팥배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다수 분포되어 단풍길로도 손색없다.

돌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
돌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

■ 애증의 삼나무 숲

돌오름길은 물론 한라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삼나무 숲을 만난다. 제주의 오름은 물론 산림지대 곳곳에 유난히 넓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삼나무 숲이다. 삼(杉)나무는 일본 원산 상록수인데,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들어와 심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서는 한 때 과수원 울타리에 방풍림으로 많이 심었으나 지금은 너무 무성하게 자라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데 장애가 된다고 오히려 없애버리지 못 해 애쓰는 편이다. 일본에 조림된 삼나무도 산림녹화에는 큰 역할을 하나, 나무가 온통 숲을 덮어버려 햇볕이 들지 않음으로써 관목과 풀들이 자랄 수 없어 생물이 깃들지 않는다고 해서 환영을 못 받고 있다.

지금 일본의 삼나무 숲은 나이가 들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고,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사실상 목재로도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나무 땔감을 쓰지 않는 제주에서도 간벌된 삼나무들이 보기 싫게 썩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돌오름 정상의 기암.
돌오름 정상의 기암.

■ 사통팔달의 돌오름길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돌오름 입구까지는 약 2.2㎞로 나와 있다. 삼거리를 출발하여 서남쪽 돌오름 입구로 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거나 내리막길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2㎞ 정도에서 나타난 세거리에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표지판을 잘 보면서 왼쪽으로 가야지 오른쪽으로 가면 한대오름으로 이어지거나 바로 돌오름으로 이어지는 샛길이다.

돌오름이 지표의 기준이 되어서인지 돌오름 입구에서는 사방으로 임도가 뻗어 있다. 서쪽으로 안덕 쓰레기매립장과 색달동 쓰레기매립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한라산둘레길을 걷다가도 잘못하면 다시 18임반 입구로 돌아가기도 한다. 때문에 주어진 안내판과 표지판을 잘 살피면서 제 길을 찾는 지혜가 요구된다.

돌오름 임도안내도.
돌오름 임도안내도.

■ 돌오름 다녀오기

돌오름은 안덕면 상천리 산1번지에 자리한 표고 865.8m, 비고 71m, 둘레 2489m의 원형분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행정구역상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에 걸쳐 있는 오름으로 남사면은 매우 가파르고 북사면은 비교적 완만하게 동서로 길게 누워 있다. 정상부에는 꽤 넓고 얕게 서쪽으로 벌어진 원형 분화구가 있으며, 각 사면은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전에는 화전동으로 곧잘 올랐으나 골프장이 조성되면서부터는 보통 안덕 쓰레기매립장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다. 임도 입구이자 한라산둘레길 회귀점에는 오름 표지판과 함께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거기서 출발하면 비스듬히 반원을 그리며 300m쯤 걸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트여 있어 날이 갠 날은 한라산과 그 주변 산세를 살필 수 있다. 그리고 분화구 능선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서쪽 능선으로부터 사면에 기암괴석이 분포되어 있어 나무들과 함께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돌오름에는 여러 가지 독특한 나무와 자생난들이 있어 한참을 살피며, 쉬다가 내려오면 좋다.

냇가의 조면암.
냇가의 조면암.

■ 냇가에 분포한 암석들

제주 선인들의 금기담 중 ‘서으로 상고지 산 날 내 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쪽으로 무지개 선 날은 큰 비가 내릴 조짐이니, 건천(乾川)을 건너는 일을 삼가란 뜻이다. 물론 비가 내리는 날 한라산 둘레길을 걸을 일은 없겠지만, 둘레길 전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내가 산재해 있다. 따라서 비가 조금 와 암반이 젖었을 경우에도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돌오름 구간에도 색달천 지류가 발달해 있어 여러 차례 냇가를 만난다. 그곳 냇가에는 전체적으로 법정동 조면현무암이 깔려 있다. 이 암석들은 대부분 민머루오름에서 유출된 한라산 조면암으로서 영실의 암질과 같은 종류이다. 이런 암석이 분포하고 있는 곳에는 매우 얇은 판상절리가 잘 발달된 곳을 볼 수 있는데, 한라산 경사지를 따라 열하분출의 흔적인 용바위가 분포되어 멋진 풍광을 이룬다.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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