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하늘과 어선…한 폭의 그림 같은 연도의 새벽 감탄
붉게 물든 하늘과 어선…한 폭의 그림 같은 연도의 새벽 감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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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 같이 생긴 장중하면서 아기자기한 섬 연도(鳶島)  - 1
여수항을 출발하여 1시간이 되자 해가 떠오른다. 어선들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항구로 향하고 있다.
여수항을 출발하여 1시간이 되자 해가 떠오른다. 어선들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항구로 향하고 있다.

# 소리도라고 불리우던 섬

7월 말에 섬을 다녀온 후 3개월 동안 꿈속에서 섬을 찾아다녔다. 어느 날 꿈에선 섬 상공을 마치 유영하듯 날아다니며 사진 촬영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섬에 가다 풍랑을 만나 먼바다에 홀로 떠다니는 악몽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매일 새벽이면 온평리에 있는 ‘여맞은개’에 앉자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저 너머에 섬이 있는데’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빨리 섬에 가야지 아니면 미칠 것 같았다. 섬에 갈 때마다 동행하고 있는 양성협 아우에게 독촉하듯 섬에 가자 졸라 11월 중순 배에 올랐다. 여수 가는 골드 스텔라는 2만t이 넘는 무척 큰 배인데도 항구를 빠져나가자 흔들거려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1960~70년대에 목포나 부산으로 가는 연락선은 작은 배였고, 목포까지 8시간, 부산까지는 16시간 이상을 흔들리는 배에서 초죽음이 되도록 멀미에 시달렸던 생각을 하다 보니 밤 9시, 여수 엑스포국제항에 도착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연도가는 배를 타기 위해 연안여객터미널에 갔더니 6시20분에 배가 출항한다. 전에는 7시20분에 가던 배가 동절기라 시간이 바뀌었단다. 바람이 조금 불어도 예정대로 출항한다니 다행이다. 밤새 걱정했는데.

여수시 남면에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열도 중 가장 끝에 있는 연도(鳶島)는 면적 6.813㎢, 해안선 길이 35.6㎞, 최고 높은 산은 231m의 필봉산이다. 섬 모양이 솔개같이 생겼다 하여 ‘소리도’라 부르다가 1396년 솔개 연자를 써 ‘연도’라 부르고 있으나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소리도’라 부르는 것이 좋단다. 안내판에는 삼국시대 유배지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띠배를 타고 이 섬에 들어온 것이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순천부에 편입되어 처음으로 ‘연도’라는 명칭이 생겼다. 섬 중심부에 연도마을과 북쪽에 역포마을, 남쪽에 덕포마을이 있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40㎞떨어진 연도는 차도선으로 2시간이 걸린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인 새벽에 출항한 금오고속 페리호는 항구를 벗어나자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밤새 조업했던 어선들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줄지어 항구로 향하고, 섬 주변에는 지금까지 조업 중인 어선들도 보인다. 희망찬 새벽이다. 멀리 섬 사이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는 것이 금방 해가 뜰 모양이다. 어선들과 섬, 구름 속으로 해가 떠오르자 바다가 북적이는 것 같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섬에 사진 촬영 오셨나 봅니다. 저는 여수에서 활동하며 섬 사진을 40년 찍고 있는 박근세 입니다” 연도에 사진 촬영을 가고 있다는 사진가 박근세씨가 반갑다며 인사를 한다. 섬 사진만 40년을 찍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얼굴을 보니 집념이 강하게 보인다.

소리도 등대 아래 있는 고래등바위.
소리도 등대 아래 있는 고래등바위.

# 아물지 않은 1955년 원유 유촐 사고 아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돌산과 화태도를 잇는 화태 대교를 지나 금오도 연천항에 첫 기항 후 다시 안도항과 서고지항을 거쳐 8시20분 연도의 역포항에 도착했다. 안도가 바로 이웃이라 멀지 않아 안도와 연도 사이 대교가 개설될 것 같다. 우선 연도 남쪽 끝 해안에 있는 소리도 등대를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주민에게 “소리도 등대 가려면 어디서 내리면 되냐”고 했더니 버스 기사한테 “이 손님 덕포마을까지 모셔야 겠네. 버스에서 내려 30분정도 걸어가면 등대가 있으니 천천히 가라”며 안내까지 해주고 잔뜩 들고 온 짐을 내린다. 참 친절한 아주머니다.

경사지에 아담하게 형성된 덕포마을은 ‘울빛소리 명품 마을’이라 자랑이다. 마을에서 등대까지 약 1㎞정도로 해안가 숲길을 따라간다. 길옆으로 쇠잔해진 가을꽃들이 반긴다. 감국, 구절초, 꽃향유가 차가운 바람에 나부껴 어떤 것은 빛바랜 초라한 모습이다.

오랜만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산등성이를 오르려니 무척 힘들다. 가다 쉬기를 몇 차례,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는 어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다. 이곳 해안이 1995년 7월 태풍 페이가 몰아칠 때 원유를 싣고 가던 시프린스호가 소리도 등대 부근에 좌초되면서 배에 싣고 있던 원유가 유출되어 최악의 환경오염을 일으켰던 곳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섬 곳곳에는 아직도 그때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단다. 해안 하얀 절벽에 검게 그을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당시 기름 흔적일까?

주민들 삶의 터전인 바다가 오염되므로 해녀들 공동어장은 물론 갯바위에서 자라는 우뭇가사리, 톳, 미역 등 해조류를 채취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된 환경정화작업으로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시프린스호 재앙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그런데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주민들 이야기다. 어떤 오염도 그렇지만 바다 오염은 매우 심각함을 알려준 사고였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어로작업 중인 어선.
어로작업 중인 어선.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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