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腦)는 건강한 가?
우리의 뇌(腦)는 건강한 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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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 컴퓨터정보과 명예교수·논설위원

흔히, 지역 마을 회관 경로당에서 동전 몇 푼을 놓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화투놀이로 소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판이 끝날 때마다 더듬더듬 서툴지만 점수에 따른 동전 계산을 한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소위 의사결정과 추론에 관여하는 전두엽과 지각· 감각처리를 수행하는 대뇌피질 뇌구조의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될 듯하다.

작금의 시대는 초급진적 기술 발전으로 인간 지능의 유전적 한계를 극복하여 기계가 점점 인간화되는 2.0 새인류 시대인 ‘포스트 휴먼’ 사회라 할 수 있다. 각종 문명의 이기 활용으로 복잡한 것은 기기(器機)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역설적이지만 어르신들의 뇌의 노화와 같이 현대인의 두뇌 역시, 녹슬어 가고 있다고 할까, 어쩜 손쉽게 의사 결정을 기계에 의탁함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성찰력과 사고력이 실종되고 있지 않나 여긴다.

자연히 경험의 결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학습과 기억의 생리적 능력인 뇌가소성이 약해지고, 생애(生涯)동안 새로운 신경망 형성의 뇌의 재구조와 적응력에 문제가 생긴다. 정도에 따라선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의 위험성에 노출된다. TV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각종 범죄와 심리적 병리 현상에 대한 사건 보도에서 그 부작용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오픈AI사의 챗GPT의 시발로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려는 빅테크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생성형 AI 챗GPT 활용에 대한 세인의 관심 또한 뜨겁다. 이 챗GPT를 제 분야에서 활용을 통해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생산성 향상을 답보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생성 과정에 있어 정보의 객관성, 저작권 문제, 딥페이크 기술의 유해성 등의 부정적 요인도 있기에 여러 나라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12일간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 CES2024의 최대 화두는 ‘온디바이스 AI’로 스마트폰 등의 개인기기에서 구동되는 AI였다. 차세대 컴퓨터 시장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개인 디바이스 중심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예견하고 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가 사용자의 터치와 입력에 따라 학습하여 예측 결과물을 사용자의 디바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온디바이스 AI’ 신기술 개발이 핵심이 된다.

한편, 세간의 AI의 역기능에 대하여 인텔사의 CEO 펫 겔싱어는 ‘기술은 언제나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기술의 선한 힘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론적인 관점을 피력하곤 했다. 또한, 더그 맥밀란 월마트 CEO 역시, ‘무거운 짐나르기, 반복적인 업무 작업 등에 인간을 대신하여 기술이 복무해야 한다’고 하여 기술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촉매 역할을 강조하였다. 사실 여러 기계발명과 디지털기술로 인간의 육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였다.

디지털 시대 견인이 그간 PC와 모바일폰이 주도했으나 앞으로는 기존 PC나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AI 관련 기술이 중심이 된다. 이에 빅테크 기업 간에는 온디바이스 AI 기술력 확보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그중 하나의 예로 외국어 학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는 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언어 번역기술이 현실화 되었기 때문이다. 메타의 통번역 AI, 구글의 동시 통역 무선이어폰 ‘픽셀버드’, SK텔레콤의 통화 내용 실시간 ‘에이닷 통역콜’, 삼성의 신형 갤럭시S24에 ‘AI라이브 통역콜’ 서비스가 그 예이다.

인지심리학자 매리언울프는 ‘다시,책으로’라는 그의 저서에서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읽을 때의 인간의 뇌의 사고 방식이 ‘깊이있음’과 ‘훑어보기’식의 신경망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균형적 사고의 깊이의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히, 전자기기에 익숙한 알파세대에게 ‘아날로그’적 사고 역량도 키우기를 주문한다. 차제에 어른 역시, 디지털기기를 늘 접하고 있는 요즈음, 자신을 돌아보는 메타인지 사색과 균형감이 겸비된 인본적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한 인간상이 이 시대의 요구상이 아닌가 여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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