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도시, 축적사회
축적도시, 축적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6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택 열린도시연구소 대표·논설위원

우리 사회가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고, 창의적인 기획을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의 유한함 때문에 정확한 방향을 정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축적’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에 지역에서 어떤 일이 진행됐고, 어떤 사람이 진행했고,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늘 원점에서 시작하는 다람쥐 챗바퀴 도는 사회로 남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서는 지역의 모든 인적, 문화적, 사회적 자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더 큰 의미와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는 어쩌면 지역 밖에 있는 자원도 최대한 활용해야만 우리 미래를 밝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축적의 영역을 지역 밖으로 확장하면서 내재적 힘을 키워야 한다.

우리의 현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처방을 내리게 된다. 사회 발전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여러 계단을 한 번에 오르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계단을 거꾸로 내려가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를 잘못 짚어서 엉뚱한 전문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거나, 지역 내 전문가를 지역 밖에서 소개 받는 것은 우리가 지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다.

어떤 분야든 시작이 있고, 그 과정에 수많은 사건이 존재한다. 그 흐름을 잘 파악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많은 자료를 축적한 사회, 도시는 자료의 연구를 통해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끊임 없이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연구를 하는 시간과 실행의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그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과 노력이 덜 들 것입니다. 사람, 전문가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국가 정책의 흐름을 예로 들겠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방향 중 하나가 문화융성이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문화도시, 도시재생이라는 정책으로 나타났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지역 특화 발전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중요한 키워드가 ‘로컬’이다. 지역 고유의 자원(로컬 콘텐츠)을 이용하여 창조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릅다. 이전까지 지역을 위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문화기획자, 창조계급, 스타트업 등이 있다면 지금은 로컬 크리에이터이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면서 지역의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어야 국가 정책의 도움을 받으며 지역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축적사회, 축적도시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혈연, 지연, 학연에 기대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축적해 놓은 인적, 사회적, 문화적 자원을 통해 끊임 없이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