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중독
골프중독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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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중독(中毒)은 크게 독(毒)으로 분류되는 유해한 물질에 의한 신체적 증상인 중독과 약물이나 기호품 남용에 의한 정신적 증상인 중독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전자는 Intoxication으로 독성을 가진 물질이 체내 허용량을 넘어 생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저해하는 현상을 말하며, 후자는 Addiction으로 술이나 담배 그리고 마약 등에 의존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둘은 엄밀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Intoxication과 Addiction을 같은 중독(中毒)으로 표기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는 정신적 의존증(addiction) 또한 신체적 중독(intoxication)만큼 위험하다는 경고인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기만하다.

특정한 것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충동적 욕망을 중독이라고 본다면 우리 주변에는 많은 중독의 대상이 있다. 심하게는 마약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부터 가볍게는 게임중독, 카페인중독, 운동중독까지 말이다.

여기서 ‘운동도 중독이 되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독이란 표현을 쓸 단계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중독의 대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지장을 초래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그것 또한 광의의 중독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처음에는 건강이나 사교를 위해 운동을 시작하였다가 나중에는 거기에 몰입해 직업도 가정도 소홀히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사실 중독성 있는 대표적 운동 중 하나가 골프이다. 오죽하면 골프에 남편을 빼앗긴 아내를 뜻하는 ‘골프 과부(Golf Widow)’란 단어가 버젓이 영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으니 말이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미국의 36대 존슨 대통령은 수면 안대에 ‘골프 외에는 깨우지 마시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이 뿐인가? 세계적 골퍼 타이거 우즈도 자신이 골프에 중독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연구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뇌의 전기자극 실험 중 특정 부위를 자극할 때 쥐가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쾌감중추라 칭하였다. 이후 그들은 쥐가 스스로 발판을 눌러 쾌감중추에 전기자극을 가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실험을 전개하자, 쥐는 먹는 것도 잊은 채 시간당 평균 2천 번이나 발판을 눌러댔다. 여담으로 두 사람은 쥐가 굶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실험을 중단하였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에도 쾌감중추가 존재하며, 골프중독도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이 쾌감중추와 관계가 있다. 쾌감은 원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보상체계로 식욕, 성욕 등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 그 보상으로 흥분과 만족감을 제공해 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원리이다. 하지만 잘못된 기제가 작동하면 위의 쥐 실험처럼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감에도 쾌감에만 집착하고 만다.

그럼 어느 정도가 골프중독일까? 안 하면 초조하고 불안하며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 직장생활이 어렵다면 골프중독이라 할 수 있다. 골프중독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그래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자기 변명 때문이다. 알코올이나 도박 같은 중독은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골프중독자들은 대체로 골프중독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혹시 골프 때문에 가정내 불화나 직장에서의 문제 그리고 심각한 부상이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 행복하고 즐거운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과 생업에 충실한 후, 자신의 체력과 형편에 맞는 골프와 삶의 균형을 이루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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