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 감상(感想)
퇴임식 감상(感想)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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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현대 사회에서 직장을 갖는다면 누구나 각종 퇴임을 만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흔한 것이 교직에서의 퇴임이다. 부친이 교직에 있을 때는 일제강점기여서 부친이 대학을 졸업을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경력이라 말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모른 채 나는 살아 왔다. 부친이 경력을 보니 일반 교사로 근무한 경력은 고작 해야 4~5년이었다. 경남의 한 시골의 읍·면 지역의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고향에 들어 왔다. 고향에 들어오자 바로 초등학교 교감을 맡아 근무하기 시작 했다고 한다. 제주에는 정상적인 대학 졸업자가 없을 때이다. 부친께서는 육지부에서 사범학교(대학 과정)를 졸업을 한 경우이다.

교직에만 40여 년을 교장으로 근무를 하셨다고 하니 당시에는 특이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일제시대에는 정규 대학 과정을 밟은 사람이 귀할 때이다. 그러기 때문에 부친의 경우처럼 그 당시 육지부에서 정규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버지를 대학을 다니시게 한 할머니의 열정과 마음이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퇴임식 경험을 한다. 교사로서는 4년, 대학 교수로는 30여 년이지만 퇴임식은 하지 못 했다. 그러나 제주시립합창단 지휘자로서 8년 근무를 하고 퇴임식을 가졌다. 아마 전국에서 지휘자가 퇴임식을 가진 것은 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8년간 지휘자로 근무를 하다가 아직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장르를 마치게 되자 그곳을 떠나기 위해 시장님을 뵙고 사퇴 의사를 밝히고 시장실을 나왔다. 나중에 퇴임식을 한다고 알려 왔다. 뮤지컬 공연을 하고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 시간이라 단원들이 휴가 중이라 정상적인 출근을 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합창단 연습실에서 지휘자의 퇴임식이 거행이 됐다. 그 자리에는 시장님과 담당 계장, 그리고 시청 직원 몇 분과 합창단 단원들과 교향악단 단원들과 함께 지휘자가 참석해 퇴임식이 거행이 됐다. 떠나는 지휘자가 한 말씀 하고 그리고 시장의 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단원들이 지휘자에게 장미 한송이를 전달하는 순서가 있었다. 지휘자는 꽃을 받아 들고 단원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눴다. 그 식순이 끝나자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지휘자가 편곡한 김효근 작곡 가곡 ‘눈’을 합창을 하였다. 어쩌면 최고의 선물의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하모니, 듣는 지휘자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오래 전의 추억이다.

지금에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감동적이었다. 그 후 사회에 나온 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합창단 지휘자가 몇명이 지나갔다. 그러나 나 같이 퇴임식을 받은 지휘자는 없다. 그 이전에도 세명의 지휘자가 거쳐 갔지만 나 이외에 퇴임식을 받은 지휘자는 없었다. 지휘자가 되어서 많은 일들을 했다. 전 단원의 상임화, 오후 근무에서 오전 근무로 정상적인 합창단 활동을 하게 됐고, 단원들의 임금을 정상화하는 등 많은 일들이 체계적으로 갖추게 됐다. 그리고 나는 퇴임 후에 전국의 시립합창단에서 객원 지휘를 해 달라는 요청에 전국시립합창단 8회를 지휘를 했다. 나로서는 최고의 영광을 받은 셈이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근무지도 퇴역을 한 지금, 나이가 드신 실버 합창단과 이외에도 2개 합창단을 지휘를 하고 있다. 그 일을 한지도 몇 년이 되어가는 중인데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많은 일들이 생기고 있다. 연습을 하면할수록 많은 연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단원들의 열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나이가 들어도 청춘이라는 생각에 자꾸만 일을 푸풀리게 된다. 그래서 퇴임을 생각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름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언젠가 이 자리도 떠날 날이 있겠지? 또 다시 퇴임을 하는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자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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