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개통으로 어촌 변화 바람 뚜렷…섬 같지 않은 모습은 아쉬워
대교 개통으로 어촌 변화 바람 뚜렷…섬 같지 않은 모습은 아쉬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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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닮았다는 섬 낭도(狼島) - 여수 변두리, 고흥을 잇는 시작점 적금도(積金島)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는 낭도 마을.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는 낭도 마을.

# 마을 벽화·공룡 발자국 화석·쌍용굴 등에 관광객 발길

고흥과 여수를 잇는 대교를 받치고 있는 4개의 섬 중 가장 큰 낭도(狼島)는 여수시 화정면에 있다. 섬 면적 5.33㎢, 해안선 길이 19.5㎞, 최고 산 높이는 상산 280.2m로 섬의 생김새가 마치 여우를 닮았다고 해서 이리 낭(狼)자를 써서 낭도라 부르고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넓은 공터에 관광버스 2대가 세워져 있다. “관광지도 아닌데 왠 관광버스일까”라고 생각하며 마을로 내려가자 관광객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형형색색의 지붕들, 넓은 포구, 집 벽에는 주민들 삶의 이야기 같은 그림들이 그려져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갔던 섬들과는 뭔가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모양의 벽화는 마을 끝까지 그려졌고 식당과 카페가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보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인 듯하다. 낭도는 이번이 두 번째라 낯선 곳이 아닌데, 그때와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마을 끝자락에 낭도해수욕장과 캠핑장에는 텐트가 가득 들어차 아침 준비에 부산한 모습은 관광지 같다.

마을 안내도에는 낭도 둘레1길에 장사금 해수욕장과 공룡 발자국 화석, 주상절리, 쌍용굴이 있다는 표시를 따라갔다. 멀지 않은 해안에 있는 사도 소나무들이 실루엣으로 보여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소나무 숲에 만든 데크 길 걷다 보니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어느 것이 공룡 발자국인지 표시도 없고 안내판이 없어 알 수 없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와 꼭 같은 푸념을 하고 있다.

공룡 발자국화석지대와 주상절리가 있는 해변.
공룡 발자국화석지대와 주상절리가 있는 해변.

규모는 작지만 주상절리, 쌍용굴도 이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볼거리다. 섬을 도는 낭만 섬 둘레 2길, 3길도 있고 상산을 오르는 등반코스도 있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대교가 개통되면서 낭도만이 아니라 섬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어 외롭던 섬들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양이다.

낭도는 막걸리로 유명하다. 낭도 섬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물로 만들어 ‘젖샘 막걸리’로 100년 전통을 가진 막걸리라고 자랑이다. 어머니가 젖이 않나올 때 여기 물을 마시면 다음 날 젖이 나온다 해서 젖샘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한 작은 섬에서 100년의 역사를 가진 막걸리 공장이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다.

낭도 여산마을 당제는 정월보름 전날 저녁 당집에 올라가 제를 지내고 보름날 마을로 내려와 해변에서 농악을 울리며 용왕제를 드리고 막을 내린다. 낭도에서는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을 뿐 아니라 50년 전 세시풍습에 특이한 축제인 ‘남장 여장, 여장 남장 카니발’을 열고 있다. 2015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면서 50년 전에 사라졌던 축제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당제와 축제를 마치고 대보름에 달집태우기가 이어진다. 이때 여자들은 남장을, 남자들은 여장을 하여 농악을 울리며 춤을 추며 온 마을 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고 꼭 한 번 구경 오라 자랑이다.

적금도 마을과 포구.
적금도 마을과 포구.

# 많은 금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섬

여수의 변두리에 있는 적금도는 면적이 0.78㎢, 해안선 길이 9㎞, 길게 뻗은 섬이다. 조선 초기에는 적호(赤湖)라 부르다가 금이 있다 하여 ‘적금도’라 부르고 있다. 나이 많은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작기미섬’이라 부르는데, 마을 동쪽에 ‘작기미’라는 자갈밭이 있기 때문이란다.

적금도가 여수와 고흥을 잇는 대교 개통으로 한적하던 어촌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난에 찌들어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부자마을’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마을 내 350㏊에 이르는 전복. 바지락양식장과 해조류 채취장 등 어업권을 공동체에 귀속시켜 전국 최초의 ‘어민주식회사’를 탄생시킨 것 때문에 주민 소득이 높아진 것이다.

낭도를 거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적금도를 찾았다. 섬 동쪽 방향으로 휘어져있는 해안으로 독섬대팽길에 두 개의 포구가 있고 이곳에 주민들 삶의 터전이 마련됐다. 마을은 전통 한옥으로 지어져 한 눈에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포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옆에 오더니 드러누워 아양을 떤다. 먹이를 달라는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 여러 마리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 섬에 들고양이들이 많다고 하던데 섬 곳곳에 고양이 들이다. 어느 섬이든 고양이 없는 곳이 없지만 이 섬에는 유독 많은 것 같다.

오래 전 섬에 금이 많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왔고, 섬에 금맥이 있다는 말이 떠돌아 일제때 전북 고창 사람이 채광을 시도했고, 이후 여러 사람이 채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일제 말기에는 일본 사람이 이 섬에서 금맥만 조금 발견한 채 본격적인 채광 작업 역시 포기했다. - 이재언 ‘한국의 섬’

고흥과 여수를 잇는 대교 개통으로 주변 4개 섬, 주민들의 삶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교량시설로 섬이 섬 같지 않게 변하는 모습,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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