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 고비 넘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차분하게 추진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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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도정 핵심 정책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8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지난 9일 제41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재석 의원 216명 가운데 찬성 211명, 기권 5명 등으로 가결했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향후 행정체제 개편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의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핵심 내용이 변경돼 또 다른 우려감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초 행안위에서 의결된 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설치하려는 경우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아 주민투표 실시를 행안부 장관에게 요청’하는 내용이었으나 최종안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안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로 내용이 수정됐다. 

또 신설된 조문명도 ‘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의 특례’에서 ‘행정체제개편 등에 관한 주민투표’로 바뀌었다.

다른 법과의 관계 때문이지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주체가 정부로 바뀐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은 거스를 수 없는 물길을 타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련 법 상 국회의원 선거일 60일 전부터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고 도의회 동의와 행안부 협의, 도민 설명회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행안부 장관의 실시 여부 판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는 행정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행정체제 개편의 협조를 약속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부활에 반대하는 도민들도 있는 가운데 과거 낮은 투표율(2005년 36.7%)과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투표 비용을 감안할 때 이번 제주특별법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행안부 설득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행안부는 또 기초의회 도입 시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 축소 등 의석 조정이 필요하고 시장 선출(시장 직선제)과 맞물려 재정·인사·조직·청사 건립 등 모든 행정체계에 대해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향후 일정이 더욱 중요하다. 도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도민 합의와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따른 ‘광역사무’와 ‘기초사무’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상하수도 업무, 생활폐기물 처리 사무, 대중교통 등 특별자치도 특례 취지를 활용해 기존 기초사무를 광역사무로 단일화한 것을 다시 배분해야 한다. 사무뿐 아니라 재정, 인사, 조직 등 모든 부분에서 재설계도 필요하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용역을 수행한 용역진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한 상황이어서 향후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 수용성이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그동안 조사시기와 방법, 주체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금명간 제시할 권고안이 과연 도민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인지에 대해 도민들이 납득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급하게 먹은 음식은 체한다’라는 말과 같이 일정에 쫓겨서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차분하게 제주의 백년대계를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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