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추억
후쿠오카의 추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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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오래전, 이곳에 아는 지인이 있어서 두 세 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지인인 언니와 함께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겼던 기억이 가장 크다. 뜨거운 에너지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촉각적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반드시 온천을 찾으리라 다짐할 정도였다.

여성단체로 후쿠오카 여행 중이다. 일본하면 지진과 해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본은 지질학적으로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진, 쓰나미, 화산, 분화가 빈발한 지역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산 중턱 곳곳엔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약 9만여 년 전 활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이 됐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화산으로 언제 분출할지 모를 지진에 이곳 사람들은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차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다. 건물 하나에도 똑같은 단층 건물로 깔끔하게 지어져 있어 지진을 대비하여 지어 놓은 건축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도로 양옆 가로수엔 삼나무들이 단정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도착한 곳은 말로만 듣던 온천수, 동양인들보다 서양인들에게 더 유명하다는 뱃부를 찾았다. 유황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물의 온도가 98°C다. 날달걀을 넣었는데 금방 익어버릴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하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일정 온도가 45℃를 유지한다는 유황 온천수에 발을 담그니 족욕으로 인한 피로가 온몸으로 전이되어 순식간에 풀린다. 이런 기분에 온천을 체험하는 것이리라. 며칠째 근육통에 시달린 탓인지 삽시간에 온천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이곳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유후인 거리를 걸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느낌이다. 와 닿는 연인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다. 그동안 코로나 펜더믹으로 인해 막혔던 여행길에 숨통이 트인 모양이다. 시골의 정취를 엿볼 수 있는 소규모 갤러리관이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소박하면서도 낭만적이다. 더욱 인상 깊은 것은 가는 곳마다 친절과 예절이 몸에 배어있는 교양 있는 모습이다. 다정한 모습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가는 곳마다 절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국민 대부분이 불교를 믿고 있다. 우리의 유교 효(孝) 사상과는 달리 일본은 불교의 윤회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어느 누구든 돌아가시면 무덤이 없다고 한다. 그저 죽은 뒤 절에 영가를 모셔서 비석 하나 세울 따름이다. 영혼을 믿긴 하나 살아있을 때를 더욱 중요시하는 것 같다.

여행이란 단지 새로운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 이라 했다. 멋있는 선배님들과 함께한 여행,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올 수 없는 날들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추억만이 출렁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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