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혈액원의 미담과 헌혈운동의 과제
제주혈액원의 미담과 헌혈운동의 과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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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지갑마저 꽁꽁 얼어붙은 탓인지 시장 경기도 착 가라앉았다. 가게마다 상품이 쌓여있지만 일부 대형마트를 제외하고는 매기(買氣)가 뚝 끊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의 미담은 이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온기다. 지난 한해 도민 4만7108명이 헌혈에 참여해 목표(4만6840명)를 초과 달성(100.6%)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제주혈액원의 이번 사례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난해 도민 개인 헌혈자는 3만2895명으로 2022년 2만8772명 대비 4123명(14.3%) 증가했다. 단체 헌혈자도 1만4208명으로 2022년 1만2976명 대비 1232명(9.5%)이 증가했다. 특히 헌혈의집 서귀포센터에는 헌혈자가 5553명으로 2022년도 2242명 대비 3311명이나 늘어나 147.8% 증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제주혈액원의 적극적인 헌혈운동과 도민 참여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제주혈액원의 미담에도 마음 한편이 편치않은 것은 헌혈운동의 향후 과제가 간단치 않은 때문이다. 최근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헌혈인구가 감소하는 데다가, 코로나19이후 헌혈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죽하면 헌혈을 하면 교통법규 위반 벌점을 삭제해주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겠나. 헌혈증서를 경찰에 제출하면 벌점을 감경해주자는 것이다. 헌혈 유도를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가를 받고 혈액을 제공하는 매혈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혈액관리법’ 위반 소지도 컸다.

결국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헌혈 캠페인을 통해 안정적인 혈액 공급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구조적으로 앞으로 헌혈이 줄어들 개연성이 큰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제공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유급휴가 등 포상제도는 이 중 하나다. 호주, 영국은 헌혈하면 유급휴가를 준다. 헌혈을 해도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행동이라는 홍보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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