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편백나무길-울퉁불퉁 하천길, 트레킹 묘미 가득
삼나무·편백나무길-울퉁불퉁 하천길, 트레킹 묘미 가득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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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한라산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3)
오름에 둘러쌓인 산림보호구역 숨은물벵뒤
제주어 노루(獐)에서 온 노로오름 눈길
방향 표시 없는 코스 안내도에 혼동 우려
표고 재배 조건 좋아 재배장 여러 곳에 분포
전에 본 숨은물벵뒤.
전에 본 숨은물벵뒤.

■ 람사르습지 숨은물벵뒤

노로오름삼거리에서 잠시 ‘숨은물벵뒤’에 다녀올까 생각했으나 그만 두기로 한다. 들머리에 세워 놓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 안내’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부지방산림청에서 세운 안내판에는 ‘이 지역은 산림 식물의 유전자와 종․산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산림청의 지정 보호 관리하는 산림보호구역으로서 서부지방산림청장의 벌채나 채취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는 곳’이라 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대부분 목장으로 활용했던 곳이어서 1100도로에서 이곳을 거쳐 한대오름이나 돌오름에 오갔다. 이곳은 나무가 없이 트인 곳이라 사방을 조망하기도 좋고, 방향을 가늠하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숲을 헤쳐 그곳에 가려다가는 길을 잃어 헤매기 쉽다. 정식으로 난 길이 없기에 무작정 들어가는 일은 삼가야 한다.

숨은물벵뒤는 오름으로 둘러싸인 고산 습원으로 산림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며, 희귀특산 및 멸종위기 식물이 자생한다. 안내판에 나온 내용을 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매’와 Ⅱ급 ‘자주땅귀개,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 특정종으로 Ⅴ등급 ‘나사미역고사리, 한라돌쩌귀, 세바람꽃, 덩굴용담, 애기어리연, 바늘엉겅퀴’ 등이다.

곳곳에 하천.
곳곳에 하천.

■노로오름과 족은노로오름

대신 바로 옆에 있는 노로오름은 쉽게 다녀올 수 있어 시간이 넉넉한 경우에 가보기를 권한다. 노로오름은 표고 1070m, 비고 105m, 둘레 2611m로 1개의 원형 분화구와 5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루어진 오름이다. 삼거리에서 왼쪽 높게 솟아 오른 봉우리가 노로오름이고, 북동쪽 나지막한 것이 족은노로오름이다.

노로오름 정상에 오르면 맑은 날에는 한라산이 눈앞에 보이며, 주변에 삼형제오름과 한대오름, 돌오름, 붉은오름 등을 살필 수 있다. ‘노로오름’은 ‘노루(獐)’의 제주어 ‘노로’에서 온 말이다. 여러 곳으로 길이 나 있어 혼동하기 쉬워, 올라간 길로 다시 내려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릿대길.
조릿대길.

■ 현장에 세운 길 안내도

노로오름 남쪽으로 난 길은 대부분 삼나무 숲길이고 길이 잘 나 있어 걷기에 편하다. 그러나 그 길을 넘어서면 내(하천)를 여러 차례 건너야 하는 트레킹 코스다. 대부분 길이 뚜렷하고 팻말이 자주 나타나 길을 잃을 우려는 없으나, 방향은 제대로 찾아야 한다.

휴대폰 지도에서 찾으면, 출발점 천아숲길 입구에서 도착점 보림농장 삼거리까지는 북에서 남쪽(약간 서쪽으로 가울어짐) 방향이지만, 공식적으로 산림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제작해 현장에 세운 ‘코스 안내도’에는 방향 표시 없이 왼쪽 천아숲길 입구와 오른쪽 보림농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가로로 그려 놓았기 때문에 방향을 혼동할 우려가 있다. 길을 걸을 때는 이를 잘 참작해야 한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늘어선 길이 끝나 출발지점에서 6.4㎞ 되는 곳부터는 천아숲길 구간에서 제일 힘든 부분이다. 길은 정비되지 않아 울퉁불퉁 바위가 튀어나오고, 광령천과 색달천의 지류로 보이는 지도에 안 나온 하천을 몇 번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킹의 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재미있는 길이다.

표고.
표고.

■ 표고 무인판매대

1㎞ 정도 남겨 놓은 곳에 이르면 조금 큰길이 나타나고 나무로 찻장처럼 만들어 놓은 표고 무인판매대를 만난다. ‘이슬 먹은 한라산 ○○○ 표고버섯’이라 생산자 이름 석 자를 내세운 봉지엔 전화번호와 상품 설명이 자세하다. ‘한 봉지 만원, 한 바구니 만원’이라 쓰고, 위 칸에 ‘돈 넣는 곳’ 통을 만들어 ‘당신의 양심을 넣어주세요’라고 썼다.

멀리 보이는 표고재배장이 보이긴 하는데, 이 한적한 곳에 이런 판매대를 설치하고자 고심했을 주인의 마음을 생각하면 한 봉지 사줄 만도 하겠다. 아래쪽을 살피니 작은 글씨로 ‘지원․수행기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대학교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라고 써 있다.

표고재배 모습.
표고재배 모습.

■ 보림농장 삼거리

이곳 천아숲길과 돌오름길 일대는 표고재배장이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서인지 오래 전부터 재배장이 설치되었고, 그에 따라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들이 나 있어, 그 길이 한라산 둘레길로 활용되는 셈이다.

표고버섯은 느타리버섯과에 속하는 버섯으로 온대지방의 참나무나 너도밤나무 등의 활엽수에 기생하는데, 일찍부터 인공재배를 통해 생산과 소비를 해온 버섯이다. 제주에서는 과거부터 해온 방식대로 나무에 구멍을 뚫어 균을 넣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톱밥이나 볏짚을 이용한 재배도 가능하다. 제주에서는 주로 졸참나무나 서어나무 원목을 사용하여 재배한다.

이곳 천아숲길이 끝나는 삼거리는 중요한 지점이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어 사람들이 그냥 쉽게 부르던 것이 지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돌오름길이 시작되기도 하고, 1100도로로 나가는 18임반 입구까지는 1.6㎞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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