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 극찬받은 만화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 극찬받은 만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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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야니북스 2019)
‘내 어머니 이야기’ 1~4권 표지.
‘내 어머니 이야기’ 1~4권 표지.

우리 같은 헌책방에 입수되는 책들은 장르가 무척 다양하기 마련이다. 내가 필요해서 출판사에 주문한 책들이 아니라 전 소장자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장서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들어온 책들 가운데 판매가 가능한 책들은 우선 정리하고 남은 책들 중에 보존이 필요한 놈들을 추리고 그 나머지는 파기 처리한다. 세상에 존재의 이유가 없는 책이 있을까마는 그 놈의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로 마냥 모아 둘 수 없기에 고육지책으로 파기할 때면 마음이 늘 편치 않다.

반면에 새 책으로라도 사서 읽고 싶었던 책이 섞여 있기라도 하면 마냥 즐거울 때도 있다. 헌책방을 하니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사기 망설였던 책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는데 기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런 책들은 따로 챙겨 놓았다가 시간이 날 때 읽어 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보이고 싶어 아예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오늘은 얼마 전에 들어온 그런 책 하나를 소개해 보련다.

바로 ‘내 어머니 이야기’(전4권 애니북스 2019)이다. 몇 해 전 ‘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엄청난 추천사로 인해 다시 복간된 것으로 유명한 그 만화이다. 

만화가 김은성 작가가 함경도 북청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의 일제강점기 어린 시절부터 한국전쟁과 피난길, 남쪽에서의 정착 과정, 민주화운동과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여 년을 그린 작품으로 기획부터 완결까지 완성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책이다.

‘내 어머니 이야기’(제1권) 속 함경도 음식 소개 부분.
‘내 어머니 이야기’(제1권) 속 함경도 음식 소개 부분.

‘나 같은 사람을 그린 것도 만화가 되냐?’는 어머니의 얘기도 ‘역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저자는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배운 ‘객관적인 역사’와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체험한 일상 속에서의 역사는 달랐지만 그 ‘주관적 체험이 지닌 신선함’에 주목했다고 밝히고, 이 작품이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 엄마’가 ‘구술의 편집적 자유’를 가지고 본인에게 ‘중요하게 기억된 얘기’를 하면 ‘만화를 그리는 편집의 자유’를 가진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점으로 그려’낸 ‘엄마의 생애에 관한 만화이자 엄마와 나의 놀이’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한 이야기꾼 엄마와 만화가 딸이 풀어놓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구술사(口述史) 작품이기도 하지만 거창하게 무슨 역사책에나 나오는 위인들의 고사(故事)가 아니라 온 몸으로 부딪쳐 가며 그 시대를 온전히 살아온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조금은 투박하게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진솔한 우리네 삶의 모습과 조금은 낯설지만 정겨운 함경도 사투리, 그리고 군데군데 숨어있는 맛깔 나는 음식 이야기 등 한 번 손에 들면 놓기가 싫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오니 아직 이신 분들은 일독해 보시길 바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불현듯 늘 입버릇처럼 ‘내 살아온 얘기도 글로 쓰면 최소한 열권’이라 시던 병상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이번 상경 길엔 단 몇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그간 얼마나 기가 막힌 삶을 사셨는지 어머니의 ‘주관적 체험’담을 들어드려야겠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래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부끄럽게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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