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길을 걸어가듯이
눈밭길을 걸어가듯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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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준 제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논설위원

갑진년이 밝았다. 푸른 청룡의 해라고 한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십이간지 12개의 띠를 대표하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성공과 희망을 나타내는 동물이면서 돌파력과 결단력을 상징한다고 여겨진다. 용의 해에 용처럼 비상하고 꿈을 그리고 소망하는 바를 이루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2024년은 총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여의도 입성을 희망하는 후보자들은 푸른 용의 기운을 받고자 최선을 다하는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공약이 나올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2023년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見利忘義(견리망의)’를 선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이 옳고 그름을 잊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기도 하고 한문학자이신 김병기 교수는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를 다음과 같이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 사자성어는 총선이 있는 해에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후보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새해 아침에 생각해 봐야 하는 떠오른 시가 한 편 있다. 1520년 평안도 안주에서 태어난 조선 선조 시대의 고승이신 서산대사의 ‘踏雪歌(답설가)’라는 시인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不須湖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을 밟으며 들길을 걸을 적에는 / 행여나 어지러이 걷지를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내 발자국은 /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새해 아침에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말이라 여긴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이 훗날 후손들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항상 겸손하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새해 아침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作心三日(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증명해 보여주듯이 자신의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못 하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계획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올바른 삶이 되는 것이고, 살면서 되는대로 생각하면 옳지 못 한 삶이 된다고 하였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수험생, 취업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2024년 갑진년에는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서 계획을 세워서 생각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리고 항상 일을 하면서 오늘 내가 하는 일이 후손들에게, 즉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표상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므로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본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 심지어 교권과 관련된 사회문제 등도 가만히 살펴보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본을 보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뒷모습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뒷모습이 바르려면 눈밭 길을 걸을 때처럼 똑바로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걸어온 길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희망찬 갑진년을 맞이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취업이 잘된다고 하는 이공계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이 밑바탕에서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학은 우리 삶의 밑거름이자 삶 자체인 것을 생각하면서 희망차게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을 맞이했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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