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친구들
2023년의 친구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4.01.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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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도도하잖아~ 우아하잖아~ 말도 안 되게, 유연하잖아~ 축 늘어진 너. 뽀뽀하고 싶잖아~ I like you~ I love you~ So sweet~ You are my family~”.

‘마라도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에서 가수 ‘강산애’씨가 자신의 반려묘 ‘사타’를 위한 노래를 처음 들려주었다.

‘넌 할 수 있어’, ‘라구요’ 같은 곡으로 ‘우리 삶’에 대해 외쳐대던 무대 위의 야생마 강산애. 늘 개성 있는 노래를 힘차게 불러왔던 그의 신곡이 ‘사랑하는 가족, 반려동물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것이 놀랍고도 반가웠다.

“우리가 오늘 집에 돌아가서, 환경을 위해 바로 해야 할 딱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내가 질문했다.

“음…. 우선 빨래를 덜 하고, 샤워를 덜 하고, 고기를 덜 먹는 건데, 고기는 맛있어서 안 먹기 어려우니, 소고기만 굳이 사 먹지는 말고, 누가 사준다고 할 때 만 먹기 어떻습니까?”

이정모 관장님이 답하셨다.

지난 12월 ‘남방큰돌고래 해양 환경 토크 콘서트’에서. ‘과학의 통역사’라고 불리는 ‘이정모 관장’과 강연 후 갖게 된 질의 응답이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 중 하나는 플라스틱 섬유 소재의 의류니, 옷을 덜 빨아 입자. 물의 낭비가 에너지 낭비인데 탄소배출의 주된 원인이니 조금 덜 씻자. 육식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들 때문에 배출되는 탄소, 그중에서도 육우의 생산이 규모와 정도에서 가장 심각하므로 소고기를 일부러 먹지는 말자. 재치 있는 답변에 즐거웠지만, ‘엇! 너무 농담 같은 해법 아닐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를 바탕으로 한 ‘의식주’가 근간인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생각해보고 ‘그래, 이 정도는?!’이라며,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겠다. 공감이 가는 훌륭한 답변.

“요즘 저를 쓰레기 박사로 많이 불러 주시는데요, 쓰레기 ‘같은’ 박사는 아닙니다” 라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먼저 일회용 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참여를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11월 ‘사회적경제 환경 포럼’에서 강연 후 재사용 컵과 관련해 드렸던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부터 우선 줄여나가자는 대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고견이었다. 우문현답.

2023년, 가수, 과학자, 환경학자 세분과 모두 다른 자리에서 다른 주제로 소통할 수 있었지만, 뭔가 같은 대답을 들은 듯했다. ‘동물복지와 생활, 환경’ 따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일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같은 뜻을 다르게 실천하는 이웃분들도 많다.

바닷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다시 바다에 버려진 폐부표를 활용해 먹어 치우고 있는 ‘바담깨비’ 공작소, ‘지구별 약수터’, 바닷속에 매주 들어가 폐어구로부터 해양 동물을 지켜주는 다이버들의 모임 ‘플로빙 코리아’, 새벽부터 일어나 환경 공부하고, 같이 공부한 친구,가족들이 동네 쓰줍하는 ‘쓰줍인’, 고사리손 초등학생들 모여 어른들이 버린 담배꽁초 치워주고, 물건 아껴쓰고 나눠쓰자며 춤추고 노래하는 ‘지구별 키즈’, 제주 전역에서 조용히 모여들어 해안정화를 한 후, 다시 일상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환경선수들’의 모임 ‘디프다, 봉그깅 클럽’.

요즘 기후를 보면, ‘인류’는 언젠가 ‘지구’가 “내 위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지….”라며 추억하는 ‘옛 인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도 나와 내 아이들이 살아있는 동안은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 돌아보니, 다양한 분들이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뜻을 이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2023년에 감사한다.

2024년 새해에도 복, 그리고 복된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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